▲"반기문, 서민 코스프레 그만"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이 예정된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장 입구에서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소연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현실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엉뚱하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에 바빴다.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절을 딛고 세계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며 강조하는 모습은 줄곧 고통 받는 국민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애국심'만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한 달 월세 20만 원과 보증금 100만 원(학교 근처에서 저렴한 곳이다). 매달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생활비 30만 원, 그리고 통신 요금 7만 원. 마지막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 220만 원. 내가 마련해야 하는 금액이다. 다 합쳐서 407만 원이다. 개강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야 한다. 이를 최저임금 6740원으로 계산하면 297시간을 일해야 하고 하루에 평균 10시간을 일해야 한다. 물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말이다. 주5일 근무라면 하루에 15시간이나 일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의 말대로라면 나는 15시간이나 고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주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한 회의를 3회 진행해야 하고, 학교 전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운영위원회, 단과대학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과대학운영위원회 회의도 참석해야 한다. 게다가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토익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 여기에 전공 공부는 당연히 필수이다. 수많은 청년들의 현실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고 바쁘다.
반 전 총장에게 작은 충고를 하고 싶다. 청년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해결할 의지가 있는 척을 그만하라고. 직원들과 함께 잠을 자는 것이, 온돌방에서 자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경험인 것처럼 말하는 그는 절대로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가 정말로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반 전 총장을 직접 대면한다면 이런 편지를 전해주고 싶다.
반 전 총장님, 이 편지를 당신이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청춘들을 이해하는 척,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 마세요. 다른 사람이 운전해주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느라 지하철조차 제대로 이용해 본 적 없는 당신이. 호텔이 아니라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자는 것이 대단하고 힘든 경험이었던 당신이.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창업한 사람들이라며 더 노력하고 창업하라고 이야기 하는 당신이. 어떻게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당신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오월 항쟁의 아픔이 아직도 서려 있는 광주에 찾아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관한 문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당신이. 아직도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고 말하며 거짓된 애국심만을 강요하는 당신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인턴제 확대(라고 말하고 또 다른 착취라고 읽는다)를 주장하는 당신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지 저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마다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통'을 강조하던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당신이 정말로,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을 대변하고 싶다면 엉터리 정치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절대로 평범한 우리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특별하다는 오만을 버리고 국민들의 곁으로 내려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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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반기문씨, 1절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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