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만든 영성 순례길,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서평] 이진구 박사의 편저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등록 2017.01.20 09:41수정 2017.01.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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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이진구 박사의 편저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책겉표지이진구 박사의 편저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들녘
청소년 시절에는 그렇게도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던 이들이 청년이 돼서 교회를 떠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회 안팎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그렇겠죠. 교회 내에서는 성경공부에 대한 궁금증이나 세습과 같은 제도적인 불합리함 때문에, 교회 밖에서는 아르바이트나 취업준비로 또는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종교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그렇죠.

사실 그 모든 부분을 통합된 관점으로 본다면, 교회 내에 대해서, 아니 종교 자체에 대해서 질문하는 점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또 해답을 찾는 과정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말이죠. 그걸 청년기에 접어들어 갈등하다가, 교회 밖으로, 종교 밖으로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 사람들은 종교의 본질을 규정하고 싶어 하며 그 이면에는 어떠한 욕망과 권력이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논리는 어떠한 효과를 산출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종교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의심의 해석학'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들어가는 말)

'청년을 위한 종교인문학 특강'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진구 박사의 편저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이 땅에서 종교라고 불리는 모든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를 통한 종교와 세상, 종교와 과학, 종교와 문화 등 다양한 관계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종교의 본질적인 측면을 추구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왜 한국사회에 성공열풍이 불어 닥쳤는지 그것이 교회의 성공신화 다시 말해 교회성장과 어떤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인지, 창조와 진화 사이에 평행선만 달려왔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고 그 접점은 찾을 수 없는 것인지,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과연 종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청년들 스스로 그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미로는 11단계로 진행되며 이는 다시 크게 세 부분-(1) 내면으로의 여행(놓은 혹은 버림), (2) 미로의 중심(하느님 집중), (3) 밖으로의 여행(삶에서 하느님의 구원)-으로 나뉩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미로가 일상적이지 않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은 해당 사이트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 방문자에게 신발을 벗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암시되고 있으며, 이 영적 여행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6번째 단계가 진행되는 미로의 중심부는 특히 신이 거주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178쪽)

이른바 세인트폴 성당에 설치된 미로가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그것을 독자적인 사이트로 개발하여 영성 순례를 위한 쌍방향 온라인 프로그램(Labyrinth)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스라엘의 성지순례, 이집트의 성지순례, 혹은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지 등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실제와 같은 '영성순례묵상코스'로 만든다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실시간 동영상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더욱이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동시대의 현실에서, 지금의 청년층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종교적 상상력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길이자 새로운 '사이버 의제'의 탄생이라며 환호할 수도 있겠고, 반대로 '사이버 종교현상의 하나'일 따름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교회의 입장에서는 단기 선교가 일시적으로나마 교인들의 신앙심을 강화시키고 결집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한국 교회 위기의 근본 요인을 성찰하지 않은 채 이러한 행위가 지속된다면 이는 한국 교회 전체에 독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논리에 동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한국 개신교는 장기 선교이건 단기 선교이건, 해외 선교를 위한 효율적 방법을 모색하기 이전에 '선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기-타자인식의 자리에서 새롭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369쪽)


이른바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에 관한 부분입니다. 기업의 경우도 국내시장이 막히면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듯이, 개신교도 새로운 동력의 목적으로 해외선교에 그렇게 몸부림쳐왔다는 진단입니다. 이른바 국내의 교인 수가 점점 줄어들고, 국내 선교가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자, 교인들의 심신이 약화되는 그 위기 속에서 새로운 활력의 돌파구로 해외선교에 눈을 돌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죠. 소비에트 체제의 붕괴로 러시아정교회를 '황금어장'으로 간주한 채 활발하게 선교활동을 벌여왔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한국개신교는 '무례한 기독교' '예의 없는 선교'를 한다며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더욱이 창의적인 선교정책 없이 무분별한 순교논리를 부추긴 탓에 아프간 사태와 같은 비극도 초래했다고 진단을 하고요. 그렇기에 맹목적인 선교나 새로운 돌파구 차원의 선교대열에 합류하기보다 선교에 대한 본질적인 면을 더 깊이 고찰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주문하는 것이죠.

그 밖에도 이 책은 9·11 이후의 종교분쟁에 관한 문제, 교회나 사찰을 매매하는 부분에 관한 문제, 종교인 과세 문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대통령에 관한 문제, 학교의 종교교육에 관한 문제점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다양한 종교적인 부분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종교인문학 차원에서 성찰한다면, 오늘날의 청년들이 종교의 본질적인 측면을 이해하는데 더 한층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흔들림도 더더욱 없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에게 귀신은 무엇인가? - 한국 종교의 귀신론

이찬수 외 지음,
모시는사람들, 2010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이진구 편저 #국가조찬기도회 대통령 #교회 사찰 매매 문제 #개신교의 해외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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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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