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조림
심혜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작년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택배상자엔 육해공을 총망라한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이름 모를 작은 생선들도 있었다. 얼어있던 생선들이 오는 동안 녹아 주위에 물이 흥건했다. 그 물을 옴팡 뒤집어 쓴 검은 봉지 하나가 상자 바닥에서 나왔다. 완두콩이었다. 생선 물에 젖은 완두콩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냄새가 심한 것은 골라내고, 남은 것은 물에 헹궈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그러고는 금세 잊었다.
이 많은 완두콩으로 무얼 할까. 생선 냄새가 살짝 배어 밥에 넣을 순 없다. 이럴 땐 검색이 답이다. '완두콩 요리'를 검색하자 완두콩조림이 맨 먼저 나왔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이다. 즉각 만들기에 돌입했다.
씻은 완두콩을 냄비에 담고 콩이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완두콩이 살짝 익으면 간장을 넣고 끓이다가 국물이 거의 졸아들면 식용유를 살짝 둘러 윤기를 낸다. 마지막으로 취향 껏 올리고당을 넣고 불을 끄면 끝이다. 이렇게 간단하다니! 맛은, 말 그대로 완두콩조림 맛이다. 식감은 검은콩조림보다 부드럽고 살짝 쫄깃하기도 하다. 푸르스름한 색감에 먹는 재미가 있다. 성공이다.
며칠 동안 조리대에서 씨름을 했는데, 아, 아직 멀었다. 저 많은 음식들을 언제 처리하나. 벌써 지치면 안 된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냉장고를 파먹어야겠다. 설날을 맞아, 모든 가정의 냉장고에 안부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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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코 앞이다, 냉장고 파먹기 대작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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