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한철 헌재소장 마지막 탄핵심판 주재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을 주재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박 헌재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하게 된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렇다면 박 소장의 후임은 어떠할까? 더욱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소장의 지명권이 있을까?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것과 관련, "여야는 공석이 될 헌법 재판관 임명 절차에 합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나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박 소장 후임 지명·임명권, 이 재판관 후임 임명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권한은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지만 권한대행은 그렇지 않다. 인사권의 행사에 있어서도 최소한 헌법기관의 지명은 권한대행이 할 수 없다. 재판관에게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것도 문제인데 그 임명마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한대행이 한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재판관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 3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에게 그러한 권한을 준 것이다. 결국 어떤 이유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을 비롯한 헌법기관의 구성권을 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권한대행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박 소장의 퇴임으로 9명 정원인 헌법재판소는 당분간 8명의 재판관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헌재 탄핵심판을 이끌어온 박 소장이 탄핵심판 결정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된다. 다수설은 아직 변론종결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최종 결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수설은 박 소장이 그동안 변론과정에 관여해 왔으므로 서명을 하지 못하지만 결정에는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8년여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소수설의 입장이라고 한다. 신 교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재판관 박한철(퇴임으로 인해 서명날인 불능)'로 기재한다면서 "다수의견과 같은 입장이면 별도의 의견 표명 없이 위 기재만 하고, 그와 다른 입장이면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반대의견의 보충의견, 별개의견의 보충의견 등의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한다"고 한다.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지금까지의 입장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는 때에도 또한 같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우선 아직 심리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진행될 심리(새로운 주장과 증거제출 등)에 박한철 소장은 참여할 수 없다. 당연히 내용도 몰라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장과 증거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박 소장은 평의에 들어갈 수도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서명 불능은 심리에 모두 참여하고 평의까지 함께 했지만 서명 날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적용된다. 소수설에 의한다면 퇴임 이후에 이루어진 주장과 증거를 보지 않고도 판단을 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되다.
헌법재판소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지는 시기다. 이런 시점에서 헌재 소장이 퇴임으로 공백상태고, 다른 재판관도 곧이어 퇴임할 예정이어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리해서 법해석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졸속으로 심리를 마치고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헌법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측의 전술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헌법재판에 대리인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악용해서 대리인단이 일괄 사퇴를 하고 시간을 벌려는 방식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권한남용이므로 국선대리인 등을 선임해서 절차를 속개해야 한다.
박 소장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이번 탄핵심판을 앞두고 선고기일을 미리 예정하는 발언을 했었다. 헌재 재판관 또는 소장으로서 굉장히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다. 재판은 심리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종국에 이르는 것이지 미리서 시간을 정해 놓고 심리하는 방식은 예단을 가진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심리를 통해서 신속하면서도 올바른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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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권한대행이 헌재소장 임명? 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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