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소들이 뛰노는 농장과 초지를 그대로 재연한 카우프보이렌의 호텔
정기석
국민의 세금을 직접 지불받는 독일의 공익농부 EU는 유기농, 동물보호적 축산, 생태관광 등 EU공동농업정책(CAP)를 집행하기 위해 2010년 기준으로 EU 전체 예산의 46.5%인 571억 유로를 농정분야에 투입했다. 놀라운 것은 농정예산의 76.5%인 437억 유로를 농가직불금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EU는 2003년 공동농업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 개혁을 계기로 직불금 예산은 전체 농정예산의 7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U의 직불금 지원예산을 통해 독일의 경우 당시 약 19만 농가에 농가당 연평균 1590유로가 지급됐다. 총 예산은 3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고 전체 농가의 1.5% 가량인 대농 5690농가에는 평균 28만3105유로가 지원됐다. 총 16억 1200만 유로의 금액이다. 기본적으로 1ha마다 340유로를 지원받았다.
중요한 것은 직불금 예산이나 지원 규모 등의 양적 성과가 아니다. 직불금을 지원하는 이유이자 철학이다. 독일의 농업직불금은 '문화경관(kulturlundschaft) 직불금'으로 불린다. "기후변화와 토양침식·오염을 방지하고, 생태계 다양성을 유지하며, 문화경관을 보전하고, 동물 애호적 사육을 실천하는 농가를 지원한다"는 취지이자 원칙이다. 환경보전직불(The Green Direct Payment)을 강조해 국가별 직불금 예산의 30%를 추가지급 할 수 있다. 재원은 EU 50%, 독일 정부 30%, 주 정부 20%로 분담한다.
특히 2003년 공동농업정책 개혁으로 이전에 농산물 생산실적에 연동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품목별 직불 방식에서 생산 규모와 연계되지 않는 '생산 중립적 단일직불제(Single Payment Scheme, SPS)'로 전환했다. 이는 농업경영주에게 예측 가능한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 것이다. 자신의 생산능력, 규모와 무관하게 소득보조를 보장받음으로써 시장의 수요에 연동해 농산물 생산을 자가조절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 개혁된 직불제는 기본직불(SPS)과 환경, 조건불리 등 가산직불을 병행한다. 기본직불은 가격지지 철폐에 따른 농민소득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EU 재원으로 지불한다. 그리고 가산직불은 EU 공동농업정책의 농촌개발 정책에 따라 각 회원국과 지방정부의 재량에 따라 시행한다. 특히 환경지불은 농민들의 상호준수 요건을 넘어서는 수준의 환경보전 활동으로 공공재를 생산하는 소요비용과 그에 따른 소득감소분을 국가가 보상해준다는 취지이다. 또 조건불리지역 지불은 산악, 고위도, 경사 지역 등 자연의 제한이 있는 경우 추가로 더 지불한다.
청년 농업인과 소농은 상대적으로 우대한다. 2014년 '젊은 농업인 직불금(YFS, Young Farmers Scheme)' 지원제도를 신설, 40세 이하 신규농업종사자에게 최대 5년간 기본직불금의 25%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최대 7만 유로까지는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다. '젊은 농업인 직불금'의 연간 예산 규모는 8억 5600만 유로(약 1조 3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젊은 농업인에게는 직불금 외에도 공유지 임대, 농업 시설물 설비 보조금 10%도 따로 지원된다. 소농지불은 소농이라면 경지 규모에 무관하게 정액 지불한다. 지급대상자 평균 수급액 또는 1ha당 평균지급액의 3배 수준에 달한다.
한국의 직불금 제도는 10여 종류에 달한다. 하지만 제도가 목적, 예산, 법률, 지침, 운영기준 등이 다르고 체계도 복잡하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다. EU처럼 농업·농촌이라는 공공재에 대해 공익적·다원적 기능을 보상한다는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게 정리·정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