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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아내가 메모지를 잔뜩 가지고 와서 코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당신 작업복 뒷주머니에서 나온 건데 이게 다 뭐야? 돈은 한 푼도 없고 쓸데없이, 쯧쯧."
세탁을 하려고 벗어놓은 바지 뒷주머니 속의 메모지들이다. 경비근무를 서며 틈틈이 외우느라 적어두었던 시인데 새로 외우는 시가 있으면 잊히는 시도 있다.
종이로 만든 꽃에 물을 준다고 종이꽃이 싱싱해질 리 없고 명품 향수 뿌린다고 종이꽃에 벌나비 날아들지는 않겠지만, 세상을 통으로 볼 수 있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는 시만큼 좋은 게 없다.
크게 욕심 부릴 일은 아니겠으나 올해는 그동안 외워두었던 시의 반 만이라도 애써 유지해보고자 한다. 고스톱이 치매예방에 좋다고 하나, 화투장하고는 인연이 멀고 시라도 외울 일이다. 물려준 것도 없는 두 딸에게 짐은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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