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 둘러 싸인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에 둘러 싸여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희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가짜뉴스'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발표한 반 전 총장이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가짜 뉴스로 인해 받은 상처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법을 통해 가짜뉴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반기문 법' 제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가짜 뉴스 단속에 나섰다. 선관위는 지난달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입후보예정자에 대한 비방․허위사실의 유포에 대해서 엄중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를 법으로 막고 처벌로 줄이겠다는 포부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를 포기하게 만든 가짜뉴스. 가짜뉴스는 과연 법으로 막고 신고로 제재하면 해결 될 문제일까.
가짜뉴스는 왜 반기문만 괴롭힐까가짜뉴스는 말 그대로 거짓으로 포장된 가짜 소식이다.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기도 하다. 보통 허위 정보를 사실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기사 형식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포된다. 기사 제목만 보면 실제 뉴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기사 내용에 검증된 사실이나 근거는 없다. 기사 형식을 띠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거짓을 포장해 수용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목적을 지닌 가짜 소식' 모두가 가짜뉴스인 셈이다.
가짜뉴스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가짜뉴스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지지해 전 세계 놀라게 하다'는 제목의 가짜뉴스는 미국 대선 직전 석 달간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중 하나였다.
이 가짜뉴스가 퍼진 후 교황은 "가짜뉴스는 스캔들과 가십거리만을 쫓는 미디어의 배설물에 불과하다"며 "이를 읽는 독자들도 배설물을 먹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거나, '슈타지'(동독 비밀경찰) 출신이라는 기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퍼진 가짜뉴스다. 힐러리 클린턴이 피자 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믿은 한 남성이 직접 피자 가게를 찾아 총격을 가한 사건은 가짜 뉴스가 현실 세계에 미친 비극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억울함을 호소한 가짜뉴스는 어떤 것일까. 그의 대통령 출마가 유엔법을 위반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 온라인 매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를 후임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이 유엔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구테흐스 유엔 신임 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한국 대통령 출마에 유엔법 위반을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 전 총장이 퇴임 직후에 바로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럴 경우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들도 북한에 대해 강제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의 근거가 된 '유엔 결의안 11호'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 결의안은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이후 정부의 요직보다 유엔의 가치와 닿아있는 다른 문제 등에 투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결의안을 근거로 반 전 총장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의 출마를 반대할 강제력은 없는 셈이다.
반 전 총장의 억울함은 '신천지'와의 연루설로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이 신천지 관련단체로 알려진 세계여성평화그룹의 대표와 악수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이른바 '신천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퍼진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의 기독교 단체는 그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당일에 함께 사진을 찍은 수천 명의 사람 중 한 명일 뿐 신천지 문제는 저와 무관하다"며 "그냥 새가 하늘 가다가 '쫙' 하는 거에 맞은 기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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