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 깻잎 따도 한달 110만원

이주민인권을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대위 ... 밀양 깻잎 하우스 사례 지적

등록 2017.02.04 02:38수정 2017.02.0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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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 하루 10~12시간 근무, 월평균 2회 휴무에도 한 달 임금 고작 110~130만원."

깻잎 따기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이주노동자가 달력에 작성한 근무기록을 포함한 근로환경이다. 토·일요일도 '금요일'이 되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와 '(가)밀양깻잎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삶을위한 시민모임'은 3일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침해를 외면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주인권연대는 2012년 이들의 실상을 담은 <노비가 된 노동자들>을 펴내 고발하기도 했고, 앰네스티는 <고통을 수확하다>는 인권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a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가 깻잎밭에서 일하며 달력에 작성한 근무기록이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가 깻잎밭에서 일하며 달력에 작성한 근무기록이다. ⓒ 정해


이런 가운데, 공동대책위는 지난해 말 밀양지역 깻잎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이주노동자의 호소를 들었다고 했다. 이 여성은 깻잎을 경작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며 하루 15상자(1상자당 100장 짜리 100묶음) 안팎을 수확했다.

공동대책위는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제기하면 사업주는 '근무시간은 8시간이고 휴게시간이 3시간이다. 더 줄 게 없다'고 우겼다"며 "노동자들이 '우리는 점심시간 한 시간밖에 안 쉬었어요. 3시간 아니에요'라 하면 사업주는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머리 만지고, 휴대폰 하고, 계속 안 쉬었나'라고 퍼부었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허리 펴는 시간도 휴게시간이란다. 사업주는 오전·오후 참 시간조차 아까워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고랑으로 한 명씩 찾아가 초코파이와 커피를 주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그 자리 선 채로 받아먹고는 곧바로 깻잎을 다시 따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동네 공동 머슴'이었다는 것. 공동대책위는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에서, 모레는 또 다른 곳에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작업 지시를 받으며 일해야 했다"며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길어져도 단지 여덟 시간 분 임금을 받을 뿐이다. 노비가 따로 없다"고 했다.

이들은 "사업주 마음대로 이곳저곳 보내는 것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에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뿐더러 발각되면 해당 이주노동자는 미등록체류(불법취업)로 적발되어 강제추방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주노동자의 숙소 환경도 열악하다. 공동대책위는 "밭에 둘러싸여 외딴 곳에 위치한 숙소는 비닐하우스 안에 패널로 칸막이한 공간이거나 컨테이너"라 했다.

이어 "난방과 온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환경이 불결한 문제, 더위와 추위에 취약하고 통풍이 잘 안 되는 문제, 비가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 내리거나 너무 더러워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의 실외화장실 등, 농업노동자들에게 집은 편하게 쉴 곳이 못 된다"고 덧붙였다.

공동대책위는 "허술한 잠금장치와 견고하지 못한 벽과 문은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농장 기숙사에서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며 "3년씩이나 계약을 하고서 '임시'주거시설, 아니 주거시설이라 말하기 민망한 비닐하우스를, 그것도 비가 새는 방을 제공한다는 것은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 했다.

공동대책위는 지난해 9월 양산고용노동지청에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체불, 불법파견 등의 내용으로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장주는 "출근 시간도 다르고, 화장실에 가거나 머리 손질 등 여러 가지 포함하면 휴식시간은 3시간 정도가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양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휴식시간 등에 있어 서로 주장이 다르다"며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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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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