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포켓몬고를 하던 어느 커플이 경찰로부터 안전에 유의하라는 당부를 받고 있다.
주현웅
같이 게임하다 아이도 신경 못 써 "민망하네요...."
순찰 20분째. '경찰이 이런 걸로 할 일이 많긴 할까' 하며 초반에 가졌던 의문이 금세 무색해졌다. 몇 분에 몇 명꼴로 포켓몬 고 이용자들을 발견하게 될지, 그들 중 몇 명이나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을지 세어 보려던 시도는 애초에 물거품이 됐다.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차치하고 실제 위험이 우려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사고였다. 아이들끼리만 몰려다닐 때도 걱정이지만,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젊은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때 부모가 게임에 집중하느라 자녀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관광 겸 포켓몬 고를 즐기기 위해 왔다는 한 가족은 이날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다 같이 게임을 하던 이 가족은 함께 걸으면서도 각자의 휴대폰만 주시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먼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홀로 서서히 발길을 옮기다 급기야 차도에까지 내려갔다. 자신의 게임 화면만 응시하던 부모는 그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다. 인파가 많은 한옥마을 특성상 차들이 서행을 했으니 망정이지, 일반 도로였다면 정말이지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경찰로부터 즉각 주의를 받은 부모는 "민망하다"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위험하단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고 했다.
"위험... 하긴 한 것 같아요. 일례로 겨울이라 길이 얼면 제가 먼저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해야 되는데 같이 넘어진 적이 있어요. 아이랑 같이 놀아주려고 시작했는데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게임에 실제 길 모양이 그대로 나있는 것도 그렇고. 여튼 민망하니까 빨리 삭제해야겠어요.(웃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처럼 느껴지는 모습들도 있었다. 너무 어려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자녀를 두고 부모만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그러했다. 한 엄마는 혼자 게임을 하다 홀로 서 있던 자녀가 덩치 큰 성인과 부딪친 것도 보지 못했다. 경찰이 전단지를 전달하며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무심하게 "네" 하고만 대답하며 전단지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