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이원엽 씨
방관식
8살 소년의 꿈을 앗아간 교통사고원엽이는 8살이던 지난 2002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재앙은 운동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똘똘했던 어린 소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두개골 골절을 비롯해 만신창이가 된 전신을 본 의사는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지만 뇌 세척술을 비롯한 총 8번의 전신수술 끝에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수술은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끝날 정도로 견디기 힘든 과정이었지만 어린 생명은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결국 이겨냈다.
하지만 더 큰 고난은 혹독한 재활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세균 감염으로 뇌의 40%를 절개한 탓에 뇌기능 저하로 오른쪽 팔과 다리는 마비됐고 시력, 지능, 보행, 학습 등에서 2급 장애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등 부분의 대근육을 절단해 머리뼈를 대신해야 할 정도였으니 당시로서는 다시 걸을 수는 있을지, 제대로 된 생활은 가능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암울한 상태였다.
하지만 원엽이는 남달랐다고 한다. 3개월마다 병원을 바꿔가면서 재활치료를 받으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다. 사탕 한줌을 들고 휠체어를 타고 각 병실을 돌면서 환자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붙임성이 좋았던 덕에 '희망이', '행복이', '스마일 맨'이란 별명까지 얻었고,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이 '너를 보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지를 다잡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으로 타인에게 희망을 전했다.
4년이란 재활기간을 거친 끝에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원엽이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기적이라 불렀다.
장애인이 설 자리 없는 세상, 나와 같은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꿈
숱한 고생을 이겨내고 다시 돌아왔지만 현실은 원엽이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13살의 나이에 한참 어린 2학년 동생들과 함께 다녀야만 했던 학교생활도 만만치 않았고, 편견과 조롱이 쏟아질 때면 도리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는 병원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