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저질러온 업자에게 특혜주는 게 대안이라고?"

등록 2017.02.07 13:42

수정 2017.02.07 13:42

▲강정리폐기물매립장반대 주민대책위원회와 강정리 석면ㆍ폐기물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7일 오전 10시 30분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이재환

"업자로부터 토지매입비와 이전보상비 명목으로 30억 원을 지급해 매입한 후 태양광 시설을 만들겠다."

충남도와 청양군이 청양 강정리 폐기물매립장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업체 측에 30억 원을 주고 해당 토지 매입과 이전보상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주민들을 병들게 한 업체 측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정리폐기물매립장반대 주민대책위원회와 강정리 석면·폐기물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7일 오전 10시 30분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충남도와 청양군의 강정리 폐기물매립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와 청양군이 제시한 해법은 '30억 원을 들여 업자가 소유한 폐기물매립장 부지(6800 제곱미터)를 매입한 후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충남도-청양군, 업체에 토지 매입,이전보상비로 30억 원 지급안 마련

대책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탈법운영으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한 폐기물처리업체에 오히려 혜택을 주는 졸속 안이라는 이유에서다.

12년 전, 강정리 산골 마을 석면 폐광산이 있던 자리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가 들어섰다. 업체 측은 폐석면 광산을 파고 그 자리에 폐기물을 메웠다. 처음 2000톤 미만이던 폐기물은 10년 사이 2만여 톤으로 늘어났다. 석면가루도 함께 날렸다.

2010년 한 주민이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마을 주민 여러 명이 차례차례 석면으로 인한 불치병에 걸렸다. 환경단체와 전문연구기관의 조사결과, 광산을 중심으로 반경 2.3km 이내 마을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조사결과 업체 측은 산지를 불법 전용했다. 또 훼손된 산지를 복구하면서 사용해서는 안 될 '순환 골재(순환 토사)'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청양군 공무원은 산림청으로부터 "순환용 골재는 산지복구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는데도 법제처에 재차 법령해석을 하는 방법으로 순환 골재를 통한 산지복구를 승인했다.

충남도 감사위원회는 충남도와 청양군에 각각 "순환 토사를 걷어내고 새롭게 산지복구를 하도록 지도하라"고 통보했다. 업체 측에 대해서도 '변경 허가 미이행'을 근거로 1개월 영업정지 및 고발 조치처분을 청양군에 요구했다.

<관련 기사: 청양군의 폐석면 광산 사업자 봐주기, '사실이었다'>

대책위 "업무상 배임" - 청양군 "불가피한 조치"

이후 업체 측은 복구계획서를 제출하는 한편 1개월 영업정지 건에 대해서는 충남도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충남도와 청양군이 나서 토지매입을 통한 태양광발전 계획이 나온 것이다.

대책위는 "위법행위를 저질러온 업자에게 공금으로 막대한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업무상 배임'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제대로 산지 복구를 하는지 등을 감독해야 할 도와 군이 오히려 업자 편의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양군 관계자는 "매입 후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는 안은 충남도 관계부서에서 '대안을 찾아보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해 말 업체 측이 안희정 지사를 만나 '도에서 용지를 살 의향이 있으면 팔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부지 매입을 통한 태양광 사업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더 이상의 폐기물 사업을 막고 마을에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주민 동의 여부를 묻는 단계로 만약 태양광 사업을 하더라도 산지 복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관계자는 "결국 충남도와 청양군이 업체 측의 부지 매입과 보상을 통해 산지복구 비용 등 부담을 경감시켜주겠다는 것"이라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는 등 도와 청양군의 위법 여부를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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