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협상' 약속하곤 농성장 강제철거한 울산과학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농성장 강제철거

등록 2017.02.09 16:36수정 2017.02.0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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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9일 오전 7시 30분, 울산지법이 울산과학대측의 철거 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앞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 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사움이 벌어지고 있다

2월 9일 오전 7시 30분, 울산지법이 울산과학대측의 철거 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앞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 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사움이 벌어지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유은혜·송옥주 의원은 지난달 10일, 2년 넘게 울산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서 파업 농성 중인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을 방문했다. 이어 대학으로 들어가 허정석 총장, 정정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과 면담한 후 언론에 "중재단을 구성해서 끝장 협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협상 자리에는 정부기관에서도 배석, 고용노동부 이철우 울산지청장과 교육부 최성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당시 "협상기간 중 소송 진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학교 측과 합의하고, 국회 측 중재단 위원 구성은 민주당 울산시당 이재우 을지로위원장과 울산동구 무소속 김종훈 의원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그 후 설 명절 이후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9일 오전, 울산지법은 울산과학대 측의 철거 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 앞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이날은 청소노동자들이 천막에 걸어놓은 달력에 '청소 못한 날' 271일로 기록된 날이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불법 점거에 학습 환경 헤쳐"

울산과학대 측은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부지를 불법 점거하고 천막을 치는 등 학습 환경을 헤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전날 밤 철거 소식을 전해 듣고 새벽부터 달려와 천막을 지키던 민주노총 조합원 30여 명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1시간 만에 철거는 완료됐다.

철거는 울산지방법원 집행관의 지휘 아래 용역 40여 명이 진행했고 만일의 사태에 경찰 2개 중대가 대기했다. 강제철거 이후에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앞 인도에서 추운 날씨에도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월 9일 오전 7시 30분, 울산지법이 울산과학대측의 철거 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앞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 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서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월 9일 오전 7시 30분, 울산지법이 울산과학대측의 철거 가처분을 받아들여 정문앞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 하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서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국회 측 중재단 위원으로 선임된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1월 10일 대화 자리에서는 당사자 간 끝장 협상과 필요시 중재를 진행하고, 교섭 중 강제철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이에 5차례의 실무접촉을 벌여왔다"면서 "이 가운데 학교 측이 강제철거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교섭중재단은 9일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일방적 철거로 대화국면이 물거품이 돼선 안 된다'고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결국 물리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소노동자들과 교섭중재단의 진지한 노력을 무시하고 천막철거를 강행한 울산과학대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교섭중재단으로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담아 울산과학대에 다시 한번 청소노동자들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화의 자리로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울산시당도 성명을 내고 "오늘(9일) 대학 측이 제4차 침탈을 통해 학교 정문 밖에 있는 농성장마저도 강체철거를 자행했다"면서 "이날 강제 철거는 지난 1월 10일 '당사자 간 끝장 협상을 진행하고, 교섭 중 강제철거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울산과학대 학교 측이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970일간 울산과학대 측은 파업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에게 단전·단수, 화장실 폐쇄, 이동통제 등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평균연령 65세에 달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1인당 평균 8천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까지 청구했고, 급기야 청소노동자들에게 재산 가압류까지 자행한 상태다"라며 "울산과학대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기관으로서의 면모가 아니라, 인권유린과 노동탄압의 면모만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월 9일이면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의 파업이 1000일을 맞는다"면서 "청소노동자가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울산과학대 학교 측과 정몽준 전 이사장은 노동자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9일 오전 울산지법에 의해 천막이 철거되기 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가 기록한 달력. 9일은 청소못한날 971일로 기록돼 있다

9일 오전 울산지법에 의해 천막이 철거되기 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가 기록한 달력. 9일은 청소못한날 971일로 기록돼 있다 ⓒ 변창기



정의당 울산시당도 성명을 내고 "울산과학대는 지난 '당사자 간 끝장 협상을 진행하고, 교섭 중 강제철거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지만, 오늘 철거는 스스로 약속을 뒤엎는 것이어서 개탄스럽다"면서 "울산과학대가 지난 3년간 보여온 태도는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탄압을 밥 먹듯이 하는 악덕 기업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울산시와 동구청, 동구의회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장기파업농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과학대 측은 대학 측은 "전국 대학 청소노동자 중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우리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재고용을 거부해왔다"면서 "교육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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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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