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겉표지골든 수피 센터가 엮은 〈신성한 씨앗〉
좁쌀한알
그처럼 씨앗은 만물이 지닌 재생산의 힘을 지탱케 하고 뇌와 신경계에 특별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인간의 지식과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그 신성한 씨앗들을 붙잡고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세계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 현자들의 간절한 기도와 명상을 모은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자연 씨앗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자연 전체를 보존하고 격려하는 지름길입니다. 씨앗은 아직 오지 않은 수많은 세대들에게 물려줄 자연의 유산이자 신성한 기록입니다. 다양성은 생명의 힘이자 아름다움이어서 균일성에 의해 질식당합니다. 자연 씨앗의 다양성은 자연의 다양성을 지탱하는 데에도 핵심입니다."(110쪽)골든 수피 센터가 엮은 〈신성한 씨앗〉에 담겨 있는 '데이비드 프롤라 아차랴'의 글입니다. 씨앗은 생명의 순환 체계를 담고 있고, 온갖 풍요와 다양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자연 씨앗' 곧 '신성한 씨앗들'을 보존하고 지키는 일을 더욱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씨앗'은 글로 쓰이거나 살아 있는 '말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말씀 또는 생명의 말씀, 그리고 예수님 그 자신으로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것이 이 진리와 더불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우리는 지구의 관리인이고 청지기라는 가르침을 받습니다. 그러나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로서 우리는 그렇게 해오지 않았습니다. 진리가 척박한 땅에 떨어지거나, 생산과 소비, 소비주의와 물질주의라는 잡초에 의해 질삭당해 버렸습니다."(130쪽)이 책 속에 담긴 '리처드 지지크 목사'가 쓴 기도문의 일부입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성경의 '씨 뿌리는 비유'가 마음 속에 깊이 새겨졌을 겁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크리스천조차도 씨앗의 소중함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지구를 파괴하고 GMO 식품들로 인해 온갖 독소와 질병이 창궐하고 있는데도, 거센 항의조차 못하는 형국이라며 탄식하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듯 이 책은 10년 넘게 '세계평화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반다나 시바의 '서문'을 비롯해 34명이나 되는 세계 각국의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 현자들의 명상과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와 스님과 수녀, 그리고 목회자와 동양학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자연 씨앗'을 보존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 말미에 아주 놀라운 정보가 담겨 있는 글이 하나 실려 있습니다. 이른바 이 책을 번역한 정홍섭 선생이 쓴 'GMO 추방과 토종씨앗 지키기'에 관한 게 그것입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GMO의 파괴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줍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그에 대응하는 자세도 밝혀주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간 67kg의 GMO식품을 먹고 있는 미국인들이 9명 중 1명꼴로 치매나 극심한 건망증에 걸려 있고, 어린이들 중에 자폐증 환자와 지진아 환자가 최근 5년 사이에 67%나 늘어났는데, 이는 가임기 여인들의 자궁에 농약 성분이 침투하여 태아에게 전이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도 기형아 출산율이 16년 새 50%나 늘어났고 알츠하이머 또는 파킨슨 병, 백혈병, 정자 손상, 유방암, 불임증, 신장 손상, 출산 실패 현상들이 증가하고 있다."(167쪽)
이것이 GMO가 몰고 오는 파괴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환경과 상황으로 인해 각종 질병이 유발되기는 하지만 GMO의 원인 또한 결코 무시하지 못할 엄청난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실제적인 파괴력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GMO의 생산과 수입과 판매를 테러범에 준하는 형벌로 다스린다는 국회결의와 함께 GMO추방 정책을 펴는 거겠지요. 필리핀대법원은 GMO 수입중단은 물론 그 작물실험까지 금하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GMO의 종자보급을 획책하는 몬산토 사와 신젠타 사의 종자산업침투를 원천봉쇄했습니다. 대만을 이끄는 민진당 정부는 학교급식에 GMO작물이 포함된 어떤 식품도 학생들에게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제정공포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대기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보기 작전 때문에 늘 뒷북을 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지 않나 싶습니다. 미리 정책을 내 놓고 예비책을 세우면 좋으련만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 뒤에라야 그에 따른 대응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죠. 더욱이 각종 뇌물로 인해 바른 정책까지 발목잡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최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대법원까지 가는 정보공개 소송을 하여 일부 공개된 업체별 GMO수입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 등 5개 업체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식용 GMO 농산물의 99%를 수입했고, CJ제일제당이 341만톤을 수입해서 전체의 약 32%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171쪽)이 내용은 어쩌면 알려진 사실만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인지 모릅니다. 언론매체에서 연일 떠들어대야 할 게 바로 이 GMO이지 않을까요? 십여 년이나 몇 십 년이 지나 체내에 쌓여 있던 게 표출되고 나서야 GMO 문제를 드러내려고 그러는 걸까요? 그때는 그야말로 뒷북을 치는 일이고, 이미 속수무책으로 당한 뒤일 텐데 말입니다.
지금도 GMO 육종실험을 하는 다국적기업의 과학자들은 살충효과를 얻기 위해 전갈의 유전자를 주입한 양배추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겨울철에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마토에 넙치 유전자를 주입한다고 하죠. 인간과 돼지, 소와 양의 유전자를 섞는 실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 GMO 식품기업들로부터 '자연 씨앗', '신성한 씨앗', 그리고 우리의 '토종 씨앗'을 지켜낼 길은 없는 걸까요? 이 책에 따르면, 전라남도 장흥의 어느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평생토록 토종 씨앗을 지켜 온 이영동 선생이 있다고 하죠. 공무원도 아니고, 누가 시키거나 보수를 받고서 하는 게 아니라고 하죠. 평생 사명으로 알고 그 일을 하는 그 분을 통해 우리는 '오래된 미래'로 되돌아갈 수 있고, '보다 낳은 미래'를 구축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아무쪼록 자연 씨앗, 토종 씨앗, 그 신성한 씨앗을 지키고 보존하고자 세계 지도자들과 종교인들이 호소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깊이 깊이 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서 이 시대에 GMO를 막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토종 씨앗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성한 씨앗
골든 수피 센터 엮음, 반다나 시바 서문, 정홍섭 옮김,
좁쌀한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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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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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에 전갈 유전자, 토마토에 넙치 유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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