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마리의 유기견들
서현숙
11년간 매일 식당 일로 번 돈을 유기견들에게 집이 1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의 보금자리가 되기까지, 그 시작은 18년 전 우연히 남동생이 맡긴 강아지 한 마리였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동물과의 교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버려진 개나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키우다가 보신탕집에 팔아 잡아먹으려는 개를 불쌍해서 돈 주고 데려오기도 하고, 주인이 야반도주하며 버려진 개들, 키우던 분이 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개들, 번식업자들이 키우다가 나이 먹고 쓸모없어져 길에 버린 개들까지... 각자의 사연은 끝도 없죠. 그렇게 데려온 개들 중 소형견은 그나마 입양 가기도 하지만, 큰 진돗개나 믹스견들은 거의 입양 가능성이 없어서 제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큰 개를 아파트에서 키울 수도 없고 주택들도 옆집 소음 문제 때문에 분란이 생기고 하니 갈 데가 없더라고요. 제 손을 떠나면 또 식용견이 될 확률이 높으니..."입양 가지 못할 것 같은 개들은 평생 품는다고 생각하며 거둔다. 식용견이 되거나 안락사 되는 길을 막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책임지지 못하고 버린 그 수많은 동물을 개인의 힘으로 살리는 것이 얼마나 여러 가지 희생을 감내하는 일인지, 숫자로 보면 더 쉽게 와 닿을 것이다.
사료값만 해도 한 달에 약 150만 원이 들어간다. 더 문제는 사료보다 아픈 동물들의 비싼 치료비다. 처음에는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되며 산 중턱에 땅을 빌려 견사를 짓는 데도 2천만 원을 훌쩍 넘는 돈이 들어갔고, 여태까지 식당에서 11년간 매일 같이 일해서 번 돈과 원래 있던 재산까지 개들에게 전부 쏟아붓고 있단다. 사료 외에도 배변 패드, 휴지, 고양이 모래 등 생필품은 늘 부족하다.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어렵기는 해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가능한 제 손으로 벌어먹이려고 하고요. 그런데 가끔 개 키워서 돈벌이 되느냐고 하는 말을 들으면 참 속상하지요. 그런 거였으면 지금까지 하지도 못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