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군경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살해된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흐느끼고 있다.(자료사진)
심규상
국가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을 품고 평생을 사는 피해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빼고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최소 수십만 명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살해됐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고문받고 잔인하게 살해된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지난 2005년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집단희생과 인권침해 사례만 일 년 동안 1만여 건이 신고 접수됐습니다. 고작 5% 미만의 신청률입니다. 피해자 100명 가운데 5명 미만이 신청했다는 얘기입니다. 신청 기간이 너무 짧아(1년) 미처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진실화해위원회는 접수된 건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해산됐습니다. 4년여간 유지되는 한시 조직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특별법을 연장해 95%의 미신청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는 피해자의 건의를 묵살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은폐되고 왜곡된 과거사의 진실을 밝혀 화해와 국민통합을 이루는 시대적 과제는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당위의 문제입니다. ...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께서 험난했던 우리의 과거사를 직시하고, 국가폭력 아래 희생된 피해자들의 피멍 든 가슴을 해원해 주시길 바랍니다."2010년, 시한종료로 진실화해위원회를 떠나는 직원들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중단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위한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월 임시국회가 열렸습니다. 촛불민심에 힘입어 다시 국회의 문을 두드린 관련 법안이 있습니다.
먼저 소병훈 의원(더민주당, 경기 광주갑) 등 여야 60명의 의원이 지난달 31일 공동발의한 '진실화해 기본법'입니다.
이 법안은 중단된 과거사정리 활동을 재개해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꾀했습니다.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2년으로 확대했습니다. 보상 결정까지 바로 내리는 게 가능합니다. 활동 기간은 4년이지만 종료 후에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진실.화해재단' 설립을 명문화했습니다.
진선미 의원(더민주당, 서울 강동갑)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기존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재개와 후속조치로 과거사재단 설립 등을 명시했습니다.
발의를 추진 중인 권은희(국민의당, 광주 광산구을)의원의 개정안 또한 진실화해위원회 업무 범위 확대와 과거사재단 설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권 의원 안에는 진상조사가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별로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 새누리당에서도 한국전쟁민간인희생사건만을 위한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