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합세... '진실화해법' 통과될까

놓치지 말아야 할 개혁의 '골든타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법안 하나

등록 2017.02.10 21:00수정 2017.0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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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군경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살해된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흐느끼고 있다.(자료사진)
1950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군경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살해된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흐느끼고 있다.(자료사진) 심규상

국가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을 품고 평생을 사는 피해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빼고도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최소 수십만 명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살해됐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고문받고 잔인하게 살해된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지난 2005년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항일독립운동,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집단희생과 인권침해 사례만 일 년 동안 1만여 건이 신고 접수됐습니다. 고작 5% 미만의 신청률입니다. 피해자 100명 가운데 5명 미만이 신청했다는 얘기입니다. 신청 기간이 너무 짧아(1년) 미처 신청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진실화해위원회는 접수된 건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해산됐습니다. 4년여간 유지되는 한시 조직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특별법을 연장해 95%의 미신청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는 피해자의 건의를 묵살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께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은폐되고 왜곡된 과거사의 진실을 밝혀 화해와 국민통합을 이루는 시대적 과제는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당위의 문제입니다. ...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대통령께서 험난했던 우리의 과거사를 직시하고, 국가폭력 아래 희생된 피해자들의 피멍 든 가슴을 해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0년, 시한종료로 진실화해위원회를 떠나는 직원들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중단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재개를 위한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월 임시국회가 열렸습니다. 촛불민심에 힘입어 다시 국회의 문을 두드린 관련 법안이 있습니다.


먼저 소병훈 의원(더민주당, 경기 광주갑) 등 여야 60명의 의원이 지난달 31일 공동발의한 '진실화해 기본법'입니다.

이 법안은 중단된 과거사정리 활동을 재개해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꾀했습니다. 진실규명 신청 기간은 2년으로 확대했습니다. 보상 결정까지 바로 내리는 게 가능합니다. 활동 기간은 4년이지만 종료 후에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진실.화해재단' 설립을 명문화했습니다.


진선미 의원(더민주당, 서울 강동갑)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기존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재개와 후속조치로 과거사재단 설립 등을 명시했습니다.

발의를 추진 중인 권은희(국민의당, 광주 광산구을)의원의 개정안 또한 진실화해위원회 업무 범위 확대와 과거사재단 설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권 의원 안에는 진상조사가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별로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의무화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 새누리당에서도 한국전쟁민간인희생사건만을 위한 법안을 추진 중입니다.

 1950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벌어진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 및 보도연맹원 집단 학살 장면.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사무소 총책임자인 에버트 소령이 촬영했다. 이 사진은 50년간 비밀문서로 분류돼 묶여 있다가 지난 1999년 말 해제됐다.
1950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벌어진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 및 보도연맹원 집단 학살 장면.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사무소 총책임자인 에버트 소령이 촬영했다. 이 사진은 50년간 비밀문서로 분류돼 묶여 있다가 지난 1999년 말 해제됐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8월 김해영 의원(더민주당, 부산 연제구) 등 47명의 의원이 발의한 과거사청산특별법안도 있습니다.

이 법안은 일명 '장준하 특별법'으로도 불리는데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을 비롯한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 사건 등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을 꾀하자는 게 그 취지입니다. 이 법안에서는 진실규명 사건의 범위를 1945년 8월 15일부터 1998년 2월 24일까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사 정리 활동을 재개하고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 절실합니다. 현재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위원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진실화해법을 우선하여 심사해서 처리하자"는 의견인 데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나서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과 '독재'가 끝났다고 생각하나요?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지 않고 진실을 깨우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전쟁과 독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야당 의원은 '2월 임시국회'를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킬 적기라는 판단에서입니다. 때문에 상법개정안(기업의 대주주가 전횡을 못하도록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법),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의 처리 여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진실화해법'의 통과 여부에도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생명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꼭 지켜봐 주십시오.
#임시국회 #진실화해법 #인권유린 #과거사 정리 #공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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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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