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 시선', 중국을 보기엔 너무 작은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18]

등록 2017.03.21 20:53수정 2017.03.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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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협하는 경제 대국, 그 경제력을 발판 삼아 영토 분쟁과 역사 왜곡을 꾀하는 나라, 노상에서 누군가 폭행을 당해도 모른 척, 심지어 자신이 차로 치고 달아난 피해자가 알고보니 제 어머니였다는 뉴스, 여행이랍시고 떼로 와서 돈만 쓰고 쓰레기는 낳겨 놓고 가는 사람들…….

여행 전 내가 가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인식 전부였다. 중국에 도착한 첫날, 굳은 인상의 보안 경찰과 불친절한 안내소 직원을 만나면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채 1시간도 안 돼 나의 이런 시각이 얼마나 미약한 근거 위에 부풀려진 편견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
중국에서 만난 사람이명주

샤먼 공항. 1·2층을 세 번쯤 오간 끝에 환전을 하고 이제 숙소를 찾을 차례. 다시금 길을 물어야 하는데 앞서 몇몇 사람들의 냉냉한 태도 때문에 마음이 위축됐다. 그 중에 만난 두 남녀. 공항에서 일한다는 그들은 퇴근길이라며 멀리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를 인도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100위안 지폐를 보며 너무 큰 액수라며 버스비 1위안씩을 그저 주었다.

'중국 사람들은 도도하고 몰인정해' 하던 생각이 금세 커다란 호감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얼마나 쉽게 편견을 쌓고, 그것을 통해 얼마나 의심 없이 세상을 보는지 자각했다. 당황스러웠다. 이후 여행하는 한 달 내 어디서나 친절한 현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 사진 속 사람들이다. 사진에 담짓 못한 이들도 많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
중국에서 만난 사람 이명주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 샤먼에서 골목 깊숙이 위치한 숙소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던 중 만난 남성. 약속이 있는 듯했는데 괜찮다며, 한참을 같이 길을 헤맨 끝에 결국 숙소 앞까지 바래다줬다. 그 숙소의 주인 Zuzana. 그녀는 칠레 사람이지만 중국에서 수년째 유학 중이었고 '카우치서핑'을 통해 공짜 잠자리를 제공해줬다. 맛있는 저녁밥과 맥주, 유쾌한 대화도 함께!

또다른 카우치서핑 호스트 Colin과 Erica 가족. (중국어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영명으로 불렀다) Colin은 고향집에 가면서 사흘간 자신의 집 전체를 빌려 주었는데 깨끗한 이부자리며, 과자와 차까지 그저 머무는 손님에 대한 배려가 넘쳤다. 삼대가 함께 사는 시안의 Erica 집에선 무려 한 주를 있었는데 가족 모두가 다정하게 대해줘 혼자 여행의 외로움을 덜 수 있었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
중국에서 만난 사람이명주

샤먼 기차역 역무원. 중국에선 기차를 탈 때도 여권을 제시하고 공항처럼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바쁜 와중에 내 차편 정보를 꼼꼼히, 친절히 확인해주었다. 23시간 샹하이행 기차 안에서 만난 두 청년. 중국어를 모르는 나를 여러모로 도와주었고, 삶에 대해 진지하고도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시안 우체국에서 한국의 벗에게 편지를 붙일 수 있게 도와준 숙녀.


시안에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 완전히 길을 잃었는데, 그때 만난 부동산 직원. 사무실에 들어가 내가 어디 있고,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묻자 오토바이를 가져와 아예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줬다. 시안 어느 변두리 신도시로 가기 위해 탄 택시. 행여 바가지 요금이나 뉴스로 접한 각종 범죄를 걱정했지만 투박한 인상의 기사는 정직하고 실은 상냥하기까지 했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
중국에서 만난 사람이명주

쑤저우에서 한 주간 머문 호스텔 직원 Hans. 소탈하고 인정 많은 성격으로 말동무도 술친구도 되어 주었다. 그가 유일하게 아는,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말이 "씨X"이었는데, 나쁜 말이라고 알려줬다. 세계문화유산 '사자림' 옆, 국수가 아주 맛있던 식당 할머니의 손자. 근처에서 자꾸 알짱거렸는데 이런 어여쁜 아이와 소박한 가정들이 어디나 있다는 자각이 새삼 들었다.


핑장루의 튀김 가게 할아버지. "코리아? 코리아 굿, 굿!"을 연신 외치던. 한국에서 '반한', '혐한' 관련 뉴스를 볼 땐 그것이 마치 중국 전체의 기류 같았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홍콩에서 만난 두 한국인. 타지에서 오랫동안, 힘들지만 꿋꿋하게 각자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들 덕에 나도 용기 백 배. 그리고 냄새 나고 좁은 숙소마저 행복하게 만들어준 중국과 덴마크 여행자들.

 중국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개
중국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개 이명주

역시 홍콩에서 공원 가는 긴 계단길에서 만난 할아버지. 가볍게 목례를 하자 대뜸 자신이 몇 살 같냐고 영어로 물었다. 과장 조금 섞어 "65세?"라고 하니 "91세!"라고 했다. 진심 놀라서 건강 비결을 묻자 바로 그 계단길을 "매일, 무려 50년 동안 올라서"라고 했다. 마침 생후 2개월쯤 된 강아지가 반려인을 따라 계단 한 칸을 어렵사리 내려가고 있었다.

최근 국내 뉴스에선 우리나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 움직임이 연일 보도된다. 하지만 여행 전 나처럼 그것이 중국 전체의 기류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거짓에 가까울 것 같다. 마치 '박사모' 시위 모습을 본 외국인이 한국 전체를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라 여기는 것과 비슷할 듯. 게다가 중국은 한국보다 몹시, 정말 몹시 크고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므로!

쑤저우에 사는 중국인 한스로부터
※ 한스의 중국어 메시지를 구글 번역기로 해석해 한글로 다듬었습니다.

好的,非常抱歉,在我的日常生活中,我本人以及我的朋友们,很少有人会去关注这件事
매우 유감스럽게도, 내 주변엔 나와 내 친구, 그리고 몇몇 사람 정도가 이 문제(한국의 사드 배치와 중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也就是说,你在网上看到的那些事情,比如抵制韩货,不去韩国旅行,不买韩国商品。。。。。这些事情都只是发生在某些特定的地方及人群中,数量很少,不具有代表性,我和我身边的绝大多数人其实根本就不关心这些事,只是当做笑话看
너는 인터넷으로 중국 내 한국 기업 불매운동이나 한국으로 여행 금지 등등의 뉴스를 볼 텐데. 그건 소수 지역과 사람들에 해당될 뿐이야. 그 수는 매우 작아 대표적이라 할 수 없어. 사실 나와 내 주변의 대다수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그저 가벼운 농담처럼 받아들일 뿐.

我们甚至怀疑这些事情,比如,抵制韩国商品,反对美国在韩国部署反导系统,都是某些特殊媒体或利益组织出于特殊目的的别有用心的策划,只是作秀给民众看
우리는 심지어 특별한 이익 집단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이번 사태를 몰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도 해.

So, mostly, we do not care about these news, we think all of these just like joke.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번 조치들에 별 관심이 없어.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농담 같다고.


덧붙이는 글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어딘가 멀고 낯선 곳을 여행할 땐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지난 2016년 11월 9일부터 세 달간의 대만-중국-베트남 여행 이야기입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
#중국인 #중국여행 #반한감정 #사드 배치 #카우치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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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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