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곽용씨가 심어 기르던 나무 수백 그루가 훼손됐다. 곽용씨는 나무를 일으켜 세워 가지를 친 후 다시 심었다
박석철
곽용씨는 지난 36년간 무궁화, 백일홍, 라일락, 누릅나무 등 1900여 그루의 꽃나무를 심고 가꾸어왔다. 하지만 이번 태풍으로 3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쓰러지고, 뽑히고, 다쳤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세우고 가지를 잘라 다시 심었다.
요즘 비둘기 아저씨는 몸이 좋지가 않아 예전처럼 새벽에 태화강변에 나오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태화강을 찾는 비둘기와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고 태풍으로 상처 입은 나무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비둘기 공원을 찾은 지난 10일,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부르자 갈매기 수백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왔다. 갈매기들은 아저씨가 뿌리는 모이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비둘기 아저씨는 "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오면 이곳에 국화며 분꽃, 맨드라미 등 꽃씨를 심을 것"이라고 했다. 아저씨의 정성으로 조만간 따뜻한 기온이 느껴질 때쯤이면 다시 태화강변은 울긋불긋 꽃세상이 될 것이다.
'죽는 날까지 꽃과 새를 돌보겠다'는 곽용씨곽용씨는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다. 공무원이 된 후에도 직장에 꽃을 심고 가꾸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80년대초, 당시로써는 체계적인 꽃밭이 없던 울산 태화강변(과거 젊음의 거리로 불림)에 꽃밭을 조성했다.
태화강변에 꽃밭을 조성한지 10여 년째던 지난 1996년, 곽용씨는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돼 동료들과 이탈리아로 연수를 갔다. 연수 중이던 그는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 광장에서 팝콘을 구입해 던져주자 모여드는 비둘기를 보고 '참 신기하다. 나도 귀국하면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바티칸시국의 교황청에서는 교황이 비둘기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