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YMCA협의회는 지난달 1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해 1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선거철마다 등굣길은 각종 선거유세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복잡해진 등굣길은 나에겐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유세를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에겐 자연스레 눈길과 관심이 갔다. 특히 평소에 좋게 보고 있던 한 정치인의 유세 현장을 지나칠 때에는 그냥 지나가긴 아쉬워서 후보 홍보물을 받아가려 선거운동원 앞에 선 적도 있다. 그때 그 선거운동원께선 내가 입고 있던 교복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학생에겐 안주는데.."
앞에 젊어 보이는 형들도 다 받아가는데 고작 한, 두 살 어리다는 이유로, 그래서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 홍보물도 못 받는다고? 그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등굣길이라는 시간에 쫒기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교 후 집에 도착해 오전의 상황을 곰곰이 떠올리던 나는 중학생 때의 일이 갑자기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주변 친구들과 종종 정치, 시사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평소처럼 학원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뒤에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던 학원 강사님이 갑자기 우리의 대화를 끊으시며 우리를 훈계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것에 관심 가질 필요 없어. 학생답게 눈앞에 있는 시험에 집중해."
'조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이 어째서 정치에 관심을 두면 안 되는 것인지, 그리고 '학생답게'라는 말은 우리의 공부의 이유가 세상을 배우려는 게 아닌 단순한 '공부 기계'가 되기 위해서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그리고 청소년으로 사는 삶이란 무엇인 것일까?
무엇이 학생,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현재의 청소년들은 새로운 IT 문물들과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배우고 또 노출되고 있어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지만, 청소년들의 의견 표출과 이를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태도는 어째서 큰 변화가 없는 것일까? 마치 아무런 문제인식을 못 한 것처럼, 아니 오히려 지금 학생들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나라가 원하는 국민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그 나라의 학교를 가라. 학생들의 모습이 그 나라가 원하는 국민상이다." 우리나라가 원하는 국민의 모습은 자기 의견 표출도 못하고 그저 순응하는 나약한 존재들인가? 아니면 자기 의견을 당당히 내는 당찬 존재인가? 내가 18세 선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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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겐 안 주는데..." 어른들은 왜 변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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