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만든 '세월호 추모 플래시몹'

[인터뷰] 충남 홍성, 홍성여자고등학교 전교생이 만든 '세월호 리본'

등록 2017.02.22 15:01수정 2017.02.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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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홍성여고 전교생들이'천개의 바람이되어'합창을 하며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홍성여고 전교생들이'천개의 바람이되어'합창을 하며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홍성여자고등학교 학생회 제공


충남 홍성의 한 고등학교의 플래시몹이 뒤늦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을 준 당사자들은 홍성여자고등학교(교장 유병대)다.

홍성여고는 지난해 11월 3일 학생의날에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학생과 일반인을 추모하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분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1, 2학년 전교생 400여 명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며 '세월호 리본 플래시몹'을 했다. 플래시몹이 두 달이 지난 후 지난 1월에 SNS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뒤늦게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같은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말자며 준비한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은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준비했다.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준비한 홍성여고 학생회장 김혜림양과 부회장 김예빈양을 만나 인터뷰했다.



(* 동영상은 기자가 홍성여고로부터 받아 대신 올린 것입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어떻게 세월호 퍼포먼스를 하게 됐는지?

학생회장 김혜림 : 학생의 날 이전에 학생 간부수련회를 갔었다. 간부수련회에서 학생의 날 행사로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가지 제안 중에 세월호 추모곡을 전교생이 합창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제안을 더 구체화해서 합창과 함께 운동장에 노란색 리본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하고 추모곡을 선정하고 기획하게 되었다. 또, 모든 준비는 학생회에서 했다. 악보와 노래 선정도 학생들이 했다. 노래 연습도 점심,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했다. 홍성여고 학생들이 학생회를 믿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학생회장 김예빈 : 세월호를 다시 한번 추모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기획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세월호 추모 퍼포먼스 공지를 했는데 전교생 모두 동의해 노래 악보를 전교생에게 나눠주고 학생들이 함께 부를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준비해서 연습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퍼포먼스 당시에 우리뿐 아니라 참여한 학생들 모두 감동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중에 학생들과 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고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학생도 있었고, 모두 공감하고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학생들이 느끼는 점은.


김혜림 : 그동안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세월호 배지와 팔찌를 공동구매해서 주위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에 중학생이었는데 홍성군청에 분향소가 설치되었을 때 분향소를 찾아서 분향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생의 날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퍼포먼스를 한 것도 학생인권과 민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함이었다. 학생 인권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김예빈 : 저도 학생회장 혜림이와 마찬가지로 팔찌와 배지를 구매해서 나눠주고 홍성에서 세월호 집회가 열렸을 때 우리 학교 학생들과 함께 추모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날 사정이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참가하지 못했지만 잠시 친구들과 촛불을 들고 참여한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가 지금의 우리 나이인 학생들인데, 그냥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하고 놀러 다닐 때 참사를 당해서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의 안전은 여전히 개선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학생들 스스로 주권이나 인권 등이 학교나 우리 사회에 아직 많이 발전되지 않은 것 같아서 학생을 날을 기념해서 세월호 참사 추모를 했다. 앞으로 학생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11월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홍성여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진행했던 홍성여고 학생회장 김혜림양(사진 오른쪽)과 부학생회장 김예빈양(사진 왼쪽)

지난해 11월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홍성여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진행했던 홍성여고 학생회장 김혜림양(사진 오른쪽)과 부학생회장 김예빈양(사진 왼쪽) ⓒ 신영근


-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김혜림 : 돈보다는 사람 생명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사람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당시에 정부 대처도 미흡했는데, 리더의 자격 중의 하나가 위기대처능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그런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 학교에도 지진 여파가 있었다. 이곳에서 느끼는 지진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당시에 세월호 참사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반 학생들은 스스로 가만히 있지 않고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서 학생들 스스로도 자기가 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예빈 : 정부의 안이한 대처 때문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들이 일어 났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있는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저희 스스로도 이런 것은 해봐야 안 바뀐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어떻게 보면 작은 일이라도, 세월호 팔찌를 구매해서 차고 다닌다든가 등의 작은 일 하나하나 실행해나가면서, 먼저 바뀌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들과 행동들이 많이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

- 홍성여고 학생들의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퍼포먼스'를 전해 들은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학교를 방문하게 됐는데?

김혜림 : 학생들의 세월호 참사 퍼포먼스가 유가족분들에 전달됐다는 이야기를 교장선생님에게 들었다. 오히려 죄송하다. 학생들이 더 많이 기억하고 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더 죄송하다. 4월에 학교를 방문해 주신다니 너무 감사하다. 학교에 유가족분들이 방문하면 일단 '세월호참사 퍼포먼스'를 가족분들과 함께 진행하고 강당에서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합장을 함께 듣고 토론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김예빈 :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허락하신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실 시골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론만 통해서 들었지 실제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므로 유가족분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세월호 유가족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혜림 :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1040일을 지나 3주기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잊혀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러나 홍성여고 학생들은 언제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학교에서는 추모합창 소리가 들려오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공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유가족분들도 더 힘내시고 함께 노력하셨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고 저희도 다 기억하고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예빈 : 혹시라도 학교를 방문하셔서 저희를 보고 더 아파하실 수 있는데, 유가족분들만큼은 아니더라고 저희도 같은 또래로서 더 아파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더욱 힘내시고 세월호 참사를 잊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억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으니까 유가족분들 더욱더 힘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앞으로도 학생회 차원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를 계속할 것인가?

김혜림 : 매년 학생회 날이나 학생회가 주최하는 학생 인권이나 민주 의식 고취 행사 때는 꼭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행사를 할 것이다.

김예빈 : 이번에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오시는 4월에는 3주기를 맞이해서 한 주간을 세월호 추모주간으로 할 예정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혜림 : 저희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니까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행사 주최하는 이런 학생들이 인정받고, 일반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절대로 '세월호 참사'는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김예빈 : 홍성여고는 학교, 학생, 선생님들이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홍성여고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가 '학교의 주인의 학생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처럼 학생, 선생님 모두 스스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는 멋진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주인은 국민이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또한, 김혜림 학생회장처럼 저도 대한민국에서는 앞으로 절대로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 한마디에 구조를 못 받고 희생이 된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들을 학생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홍성여고 유병대 교장은 "학생들이 순수하게 준비한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선생님들과 함께 지켜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같은 또래였던 우리 학교 학생들의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교육을 잘못하지 않았나 반성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생각도 들고 생각하면 할수록 미안하고 눈물이 난다"라며 "학생들이나 어른들도 말할 수 있는 것을 마음대로 표현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대방 생각이 달라도 이해해주고 그러는 게 좋은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세상이 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여고 학생들의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 영상을 본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7일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꼭 홍성여고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며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엿새 앞둔 4월 10일 홍성여고를 방문할 예정이다. 4월 10일 홍성여고를 방문하는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은 학생들과 합창을 하고 난 후, 세월호 참사 토론과 지난해 학생들이 진행한 '세월호 추모 리본 플래시몹'을 함께 함께할 예정이다.

#홍성여고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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