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족 성당 내부 중앙 재단. 역시 아직 미완성이다.
길동무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곡선과 빛, 그리고 자연 형상들이다. 그런데 가우디가 빌린 곡선과 빛, 자연 형상들은 그가 창출한 건축물들의 구조가 되고 기능을 발휘하며, 상징성을 드높인다. 가우디가 그의 방식으로 이름 불러준 곡선과 빛, 자연 형상들은 그를 통해서 누구도 쉽게 따를 수 없는 오직 그만의 것으로 확정 지어져 있다. 아 가우디를 통한 곡선과 빛, 자연 형상의 재발견, 이 사실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우디의 신념 그것은 간단하다. "자연으로의 회귀"다. 그는 진정한 독창성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나무에 매혹된 기하학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믿음과 논리를 건축물을 통해 자연으로의 회귀를 실체화했다. 나무에 매혹된 기하학자다운 개성 넘치는 창작을 해냈다. 그의 작품이 크고 화려하다 해도 위압감이란 느낄 수 없는 이유리라.
"가우디 선생님은 오직 한 길을 걸으신 분입니다. 건축가로서 한 길이기도 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위한 한 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가우디 선생님은 다른 건축물 창작으로 인해 생긴 수입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짓는 데 대부분 사용하고, 다른 건축물을 창작하면서 실험하고 활용한 경험들을 온통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위해 활용했다고 합니다." 가이드 최씨에게 가우디는 참 자랑스러운 인물임이 그 말과 표정에서 속속 드러난다.
"가우디 선생님은 매우 겸손하신 분입니다. 인간의 작품이 신의 작품인 자연을 넘어 설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자연과 경쟁을 시도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탑 높이를 몬주익 산의 높이보다 낮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몬주익 언덕에 선 등대의 불빛과 혼돈을 피함으로써 바다를 통해서 바르셀로나에 오는 모든 사람을 배려했다고도 합니다."작가는 누구나 자기의 작품이 독창적이기를 원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려고 노력한다. 가우디의 위대함은 그의 건축 이야기가 현학적이지 않다는 데서 쉽게 찾아진다. 그의 이야기는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사람 사는 진리를 거대한 건축물로 설명하는데 도대체 주눅이 들지 않는다. 독창성이 넘치는데도 곧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함께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가 되자고 권한다. 사람의 근원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이렇게 멋지게 제시하다니.
그래서 가우디의 건축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사한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여기저기서 살포시 드러난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그의 염원과 희망, 그리고 꿈을 보고 느끼는 사람과 나누려는 그의 의도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의 염원과 희망, 그리고 그가 꿈꾸는 환상이 바르셀로나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의 마음에 얼마나 많이 선하게 들어앉을까.
그의 소곤거림은 지루하지 않다. 자신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자신이 의지를 펼칠 수 있는 대상이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보고 느끼기에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마침내 모두에게 자신의 영혼을 맡겨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개척할 것을 아주 은근하게 제시하는데 그 스밈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