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에 위치한 월평교회 전경
김문선
30년 넘게 한 교회와 마을 지키는 목사가 있다. 1만 평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땅을 살리고 먹을거리를 살리는 농부 목사가 있다. 농촌을 살리고 농민과 함께 살아가는 목회를 위해 농대에서 농사를 배운 후 신학교에 입학한 목사가 있다. 임봉기 목사다. 그를 만나기 위해 전남 화순에 위치한 월평교회를 찾았다.
교회 앞마당엔 농기구들로 가득했다. 주변엔 닭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갈라진 손바닥 사이에 박힌 땅의 흔적들, 우직한 농부의 손과 악수를 나눴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예배당에 앉았다. 농촌 사회와 농촌 교회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 이유를 물었다.
"미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이 농촌이라 판단했습니다. 예수처럼 억압받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목회임을 배웠습니다. 농촌과 농민들에게 예수의 진리와 사랑을 전하는 길을 고민했습니다. 함께 농사를 짓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농대에 입학해서 농사를 배웠습니다. 그 후에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시간이 흘렀다. 지금 임 목사가 목회하는 지역사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시만 해도 농촌에 노인들이 있었다. 노인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도시 교회에 장터를 열어 친환경 먹을거리도 판매했다. 함께하던 노인들이 하나, 둘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여전히 임 목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되고 감소되는 인구 변동의 현상, 그로 인해 발생되는 농촌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며 농촌과 농촌 교회의 내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순간 농촌은 목회자들에게도 기피 지역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큰 문제입니다. 농촌이 피폐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농촌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농촌에 마지막 한 사람이 있어도 교회는 존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기 위해 목회자들이 농촌 교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축적된 농사 기술과 농촌 목회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후배들에게 나눌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