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길례 어르신
금천구청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는 '2016년 초등학력인증 문자해득 프로그램 이수식'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성인학습자가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력을 인증받는 제도다. 2011년 처음 시작해 작년엔 전국에서 1700여 명이 초등학교 학력을 75명이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았다.
이날 심길례 어르신도 학위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금천구 시흥5동 주민센터의 신바람 한글교실(강사 윤영희)에서 공부한 심 어르신은 올해 서울시 전체 이수자 중 최연장자이기도 하다. 이날 이수식에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 교육감이 주는 상을 받았다.
심길례 어르신은 상을 받은 것도 기분이 좋지만 무엇보다 이제 예전과 달리 글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한글 교실을 다니는 학생들 모두 나이가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심길례 어르신은 제일 나이가 많다. 올해 졸업생 평균연령은 69세로 심 어르신과 스무 살이 차이 난다. 노인정에도 세대차이가 있다는 농담이 나오는 시대다. 심 어르신에게 나이 차가 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힘든 점이 없냐냐고 물으니 웃으며 "없다"라고 답한다. 오히려 심 어르신은 "젊은 분들 덕분에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늦깎이 공부라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처음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공부한 걸 집에 와서 다시 공부해야 하는데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서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때 한글학교 선생님이 큰 의지가 됐다.
한글을 배우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을 물으니 "가족,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글 교실을 졸업하면서 그 소원을 이뤘다. 졸업할 때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더 배우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묻자 연신 "내 나이에 이만큼 배웠으면 충분하지"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