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처음 열린 탄기국 집회에 가봤습니다

시민들 싸늘한 반응 가운데 전북 전주서 집회... 전주 사람이라더니, 참가자 대부분 경상도 사투리

등록 2017.03.08 21:53수정 2017.03.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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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8일 전북 전주시를 찾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전주시 오거리광장(완산구 고사동)에서 집회를 열고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각하하라"고 소리쳤다.

호남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정미홍 TNJ방송 대표 등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경찰 추산은 250여 명이었다.

"드디어 진실의 태극기가 호남에"

 전주 집회에 나선 탄기국 전북지부.
전주 집회에 나선 탄기국 전북지부. 주현웅

참가자 연설로 집회는 시작됐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여기에 나섰다. 무대에 오른 변 대표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주 분들 맞으시냐"라고 물었다. 이에 참가자들은 "맞다"면서 소리쳤다. 변 대표가 다시 "전주 분들 손들어 보십쇼" 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저요" 하면서 손을 들었다.

곧장 연설을 이어 간 변 대표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상관없다"면서 "인용되면 불복할 것, 기각이나 각하가 돼도 감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스승이자 가까운 사이라고 밝힌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에 대해 "손석희를 찬양하는 분과 대화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정미홍(전 KBS아나운서) TNJ방송 대표는 "두 가지만 말하겠다"면서 "첫째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각하될 것, 둘째는 박영수 특검팀은 구속될 것"이라고 했다.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각하될 것입니다. 헌재의 법에 의하면 헌재의 판결은 9인일 때에만 가능합니다. 2014년 4월 24일 당시 이정미 재판관과 김일수 박한철 등이 참석한 판결에서 저들 스스로 그렇게 해놓았습니다. 헌재 재판관 9인은 국회, 사법부, 행정부가 각각 3인씩 임명하는 것입니다. 7, 8명이 내리는 판결은 삼권분립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당초 불법적으로 조직된 박영수 특검은 언젠가 구속될 것입니다. 특검이란 여당과 야당 어디에서도 올바른 조사를 할 수 없을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특검은 야당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같은 불법을 저지른 지금 특검은 구속될 것입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지만, 태극기는 바람 불면 휘날린다"면서 "진실의 태극기가 드디어 호남인 전주에서 펄럭이게 됐다"고 소리쳤다.


싸늘한 시민들 반응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전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전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주현웅

집회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후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이들은 "한미동맹 무산되면 중국속국 시간문제"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워 전주시청, 한옥마을 등을 거친 후 전주시 종합운동장까지 나아갔다. 행진을 하면서 이들은 "모든 것이 조작됐다", "박근혜는 무죄다" "국회를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반대 집회가 전주에서는 처음인 탓인지, 경찰들의 모습이 여타 집회 때와는 사뭇 달랐다. 참가자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할 때마다 기자 가까이에 경찰이 다가와 지켜봤다. "왜 계속 오느냐"는 기자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태에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우려하던 사태는 실제로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가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떼려다가 경찰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또 어느 시민이 행진 중인 집회참가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를 쳐, 이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역시 경찰이 제지함으로써 소동은 마무리됐다.

 태극기 집회를 낯선  눈빛으로 바라보는 전주 시민들.
태극기 집회를 낯선 눈빛으로 바라보는 전주 시민들. 주현웅

태극기 집회를 바라보는 전주 시민들의 시선은 '매우 싸늘'했다. 평소 촛불집회가 있을 때마다 경적을 한 번씩 길게 누르는 것으로 지지를 표시했던 시내버스들이 이날은 다른 방식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태극기 집회를 본 시내버스들은 경적을 짧게 끊어 여러 번 누르며 비키라고 신호했다. 상인들도 바깥으로 나와 인상을 찌푸렸다.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저게 진짜 염병 떠는 거지"라며 혀끝을 찼다.

자전거를 타다 멈춘 최상배(61)씨는 "같이 태극기를 들고 참여해서 저 사람들의 정체를 알고 싶다"고 했다.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국에 저게 뭐하는 짓들이여. 세 살 먹은 애기들도 다 아는 사실 아니여. 내가 지금 자전거를 들고 있어서 글지 기회 되믄 같이 태극기 들고 쫓아다님서 알아보고 싶어. 저 사람들 대체 정체가 뭔지."

행진은 오후 5시 30분께 끝났다. 전주시 종합운동장에서 이들은 애국가를 제창한 후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는 질서정연하게 해산했다.

전북지부라더니 대부분 경상도 사투리

 전주시 종합운동장에서 집회를 마무리하는 탄기국 전북지부.
전주시 종합운동장에서 집회를 마무리하는 탄기국 전북지부. 주현웅

집회가 끝난 이후, 주최 측 관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이번 집회는 전북 도민들이 처음으로 진실을 향해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집회가 탄기국 전북지부 주최로 열렸으며, 구성원들 모두 전북도민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모든 정보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확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경상도 말씨를 구사했다. 한둘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전북 분들 맞으시냐"고 묻자 "왜 알려고 하느냐"며 대답을 거부했다. "경상도 분들 아니시냐"고 묻자 그들은 "경상도면 어쩌려고"라 소리치며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이 버스 창 앞에는 '탄기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번호판에는 '부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2대 모두 리무진 형의 매우 큰 크기였다.

종합운동장 공영주차장에서 2호 버스를 기다리던 일부 집회 참가자 무리는 "전남도 너무 좌편향이라, 거기까지 가기에는 좀 그럴 것이다"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어 스마트폰을 확인하더니 "야, 10일 오전 11시야. 그때는 무조건 서울이야"라며 다급하게 소리친 후 2호 버스에 올라탔다.

이날 오후 5시 40분경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하기로 했다.

 전주 집회에 온 탄기국 관광버스.
전주 집회에 온 탄기국 관광버스. 주현웅

#탄기국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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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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