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간담회 참석한 안철수-손학규국민의당 대선주자로 나선 손학규 전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경선룰 합의를 위해 열렸던 최고위원회의 협상이 결렬된데 이어 8일 협상에서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일견 경선률 협상의 주도권은 손 전 대표가 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당에 뒤늦게 합류한 손 전 대표로서는 최대한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당'이라 불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경선에서 손 전 대표가 안 전 대표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손 전 대표 측이 계속해서 100% 현장투표를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손 전 대표가 의장으로 있던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 형식으로 하나가 됐습니다. 당시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와의 합당을 가치와 비전에 따른 자연스런 통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두 세력의 결합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습니다.
이와 관련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월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선과 선거 때마다 이렇게 분열하고 이합집산을 하면 이런 정당과 정치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겠나"라며 "정당을 이곳 저곳 이합집산 하는 이 철새정치를 그 전에는 다 부끄러워 했는데 그 뒤부터는 다 구국의 결단이 돼버린다"고 쓴소리를 날린 바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외부세력과의 연대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대권 경쟁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진검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민주당과의 호남 적자 경쟁 역시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세가 약한 국민의당으로서는 외연확장을 통해 몸집을 최대한 불리는 전략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손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도,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개헌을 고리로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이 끊이질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의 결합은 안 전 대표의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와의 통합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어차피 국민의당 내에는 안 전 대표 이외에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손 전 대표가 가세한다면 경선 흥행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를 '불쏘시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손 전 대표의 생각은 그와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국민의당을 정치적 재기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는 손 전 대표가 당대당 통합을 요구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39석의 의석수를 가진 국민의당과 손 전 대표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사이의 당대당 통합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 세력 사이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가 쌓아놓은 정치적 경험과 자산이, 손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라는 세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안 전 대표가 생각했던 것보다 손 전 대표의 대권 의지가 훨씬 강했다는 사실입니다. 당대당 통합으로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조직 기반 그대로 국민의당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당 내부에는 손학규계인 이찬열 의원을 비롯 김동철·황주홍 의원 등 과거 민주당 시절 손 전 대표와 가까웠던 인사들도 상당합니다. 따라서 조직력이 강점인 손 전 대표 측으로서는 100% 현장투표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통상 현장투표는 조직 동원력이 강한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반면 조직력이 열세인 안 전 대표로서는 현장투표로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열렸던 국민의당 전당대회 시도당 위원장 선거 결과가 그 방증입니다. 당시 선거에서 안 전 대표 측 인사였던 채이배 의원, 김현옥 전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줄줄이 낙선했습니다. 반면 지역기반이 탄탄한 호남지역 의원들이 밀어준 후보들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조직동원력이 선거 판세를 좌우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안 전 대표 측은 애초 모바일 투표를 포함한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대중적 지지도에서 밀리는 손 전 대표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입니다. 경선룰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자 국민의당은 '현장투표 75%, 여론조사 25%'를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달 25~26일 대선후보 선출을 목표로 했던 경선 준비작업이 차질을 빚게 되자 당이 개입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양측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안 전 대표 측이 8일 선거인단 명부 작성을 조건으로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손 전 대표 측이 선거인단 명부 작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또 다시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손 전 대표 측은 "현장에서 신분확인으로 투표권을 주는 방식은 대리인단 협상 과정에서 이미 합의한 부분"이라며 안 전 대표 측의 조건부 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이와 함께 손 전 대표 측은 당의 중재안 역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조사방식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손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80%에 숙의배심원제 20%를 합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숙의배심원제는 배심원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후보들의 정책토론과 질의응답을 지켜본 뒤 분과별 숙의를 거쳐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입니다.
갈등의 골 깊어지는 안철수와 손학규손 전 대표 측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자 당 지도부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손 전 대표 측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경선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경선 룰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경선 채비에 나서야 하는 당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습니다.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당내 경선이 늦어질수록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본선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힘을 합친 지 한 달 만에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으면서 가치와 비전을 위한 통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집권 가능성을 믿는 국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손 전 대표의 합류를 반겼습니다. 손 전 대표 역시 "반패권과 반기득권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개혁세력의 중심으로 거듭 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선룰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부의 파행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두 진영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법만을 고집하며 상대방을 향해 날선 공격만 퍼부어대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모습은 '반패권'과 '반기득권'이 아닌 '패권'과 '기득권'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의 시선은 매섭고 냉철합니다. 파열음이 커질수록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집권 가능성 역시 점점 희박해질 것입니다. 경선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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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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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 파행 겪는 국민의당, 이러려고 통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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