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양향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소연
더는 '불편한 진실'을 숨길 필요가 없을 것같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여성위원장과 당내 여성 의원들이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관계라는 것을.
'원내 1당' 민주당의 역사에서 원외 지역위원장이 중앙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당내에 전혀 기반이 없는 '아웃사이더'가 지난해 8월 여성위원장이 되면서 불협화음이 수면에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건은 1월 25일의 '표창원 비판 성명서' 발표였다. 표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풍자 누드화'가 논란이 되자 당내에서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여성위원회와 여성의원 12명(권미혁, 김상희, 김영주, 남인순, 박영선, 백혜련, 유은혜, 이언주, 인재근, 정춘숙, 제윤경, 한정애)이 오후 5시 무렵 대동소이한 내용의 성명서를 각각 발표한 것이다. 양쪽이 따로 성명서를 낼 만큼 큰 차이가 없었는데도 따로따로 내는 바람에 표 의원으로서는 한 번 맞을 매를 두 번 맞은 셈이 됐다.
SNS 공간에서는 '양향자 왕따론'이 급속히 퍼졌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재선의 유은혜 의원을 꺾고 당선된 양 위원장에게 반감을 품고 그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킨다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손혜원 정도를 빼고는 '친문재인'으로 분류될 여성의원들이 많지 않은 당내 상황이 이러한 주장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성명서 발표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의원의 설명은 다르다.
"성명서를 주도한 A 의원이 전날(1월 24일) 밤 여성국에 '표창원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성명서 낼 계획 없냐'고 물었는데 부서 담당자가 딱 부러지게 답을 못하더라. A 의원은 '여성위원회가 성명서 안 낼 것 같으니 우리라도 내자'고 해서 성명서가 나온 건데, 여성위도 곧바로 성명서를 냈더라. 여성위가 표창원 관련 성명서를 낼 줄 알았다면 의원들도 굳이 동료 의원을 곤란하게 할 성명서를 내지는 않았을 거다."당내에서는 일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성위가 무슨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냐"는 원망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SNS에 퍼진 '양향자 왕따론'은 여성 의원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최근 터진 '반올림' 발언 사건으로 양 위원장은 더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나온 백혈병 피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3월 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2009년부터 6년간 황상기(고 황유미씨 부친) 등 5명의 무료 변호를 맡았고, 2012년부터 2년간 삼성과 반올림의 '샅바 싸움'을 지켜본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반올림은 문제가 해결될 경우 시민운동단체로서의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컸고, 삼성은 '보상을 해주면 반도체 사업이 망할 것'이란 내부 강경파 반발에 부닥쳤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양 위원장이 반올림의 일부 활동가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면서 삼성에 비판적인 지지층을 자극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양 위원장의 발언 배경을 놓고 작년 총선 즈음부터 자신을 공격해온 반올림 활동가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온 '실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혹자는 발언을 처음 보도한 진보 신문의 책임을 거론한다.
신문기자에게 양 위원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취재원이라면 당장 시끄럽다고 녹취록을 넙죽넙죽 공개하는 기자에게 속내를 얘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