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자유발언에 참여했던 친한 친구 남예형 학생과 함께 박근혜 탄핵기념으로 치킨을 먹었다. 남예형 학생이 우리 국민이 촛불로 닭을 이겼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최재원
필자도 박근혜 탄핵기념으로 자유발언에 같이 참여했던 친구와 함께 치킨을 먹으며, 머지않아 다가올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대학입시의 내용도 있었지만,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논의해보기도 하였고, 가장 중요한 주제인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보았다.
학생은 왜 학교에서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거나, 책으로만 학습을 해야만 하는가? 몇몇 선생님들은 촛불집회가 있을 당시 나가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했다. 다음과 같이 말하며 청소년 참여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너희가 나가지 않아도 일은 다 처리된다."이 사건 때문에 유난히 유명해진 영화 <내부자들>의 한 대사가 생각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분노한 어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취급되었다는 사실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일어나 자신들 의견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 청소년은 안되는 것인가?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개·돼지에 비유되었다는 것에는 분노하면서 정작 청소년들 의견은 왜 무시하려는 것인가?
지난 부산에서 부산고등학교 남예형(19)학생이 한 자유발언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을 주도해 왔던 것은 항상 학생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3.1운동, 6.10만세운동 그리고 광주학생항일운동은 학생 주도로 발생한 항일운동이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독재정권에 저항한 여러 민주화운동들의 중심에도 항상 학생들이 있었다. 최근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에서도 학생들은 자유발언, 시위참여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역사의 중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과 민주화를 이룬 주체이다. 그럼에도 혹자는 '학생들은 공부나 해라.'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 그러냐?'라고 이야기하면서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방해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만큼 청소년들의 의식수준이 낮지 않다.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옳지 않은 것을 발견했을 때는 겁내지 않고 분명하게 자기의사를 표현할 줄 안다. 물론 청소년들은 그 하나하나로 보았을 때, 아직 미성숙하고, 보잘 것 없는 모래알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모래알이 모여서 거대한 백사장을 이루듯,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 나라의 광복을 이루어 냈고, 청소년들이 모여서 이 나라의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가 아니다. 청소년은 과거 역사의 주체였고, 현재 사회의 잠재력이며, 미래를 이끌어 나갈 존재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우리 사회가 더욱 진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로 청소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우리 역사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청소년들은 미래가 자신들에게 달려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필자도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청소년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우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자라기만 하는 어린 존재가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어른들이 가둬놓은 틀에서 벗어나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무책임한 행동은 바로 침묵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아직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투표권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학교에서 투표가 국민의 권리이자 국민의 목소리라고 배웠다. 우리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다면 투표를 대신해서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어른만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세계도 존중받아야하지만 우리 청소년들도 우리의 세계를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어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이다. 청소년들이 이번 집회에 나온 것은 단순히 어른들이 나와서,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만이 아니다. 정말 현 시국에 분노하고, '내 뜻을 알아 달라.', '내 말을 들어 달라.' 의견을 펼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온 청소년들이다. 아마 집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제 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그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이룬다. 우리의 목소리가 우리 국민의 주권이자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리다고 침묵하지 않고, 우리의 의견을 표출하는 행동이야말로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참된 애국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대한민국, 앞으로는 침묵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청소년들은 그동안 많은 곳에서 차별받아왔고 여전히 차별당하고 있다. 우리는 어른들에게 외친다.
"더 이상 우리를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리의 의견도 들어주세요!"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이 뽑혀나가기도 했지만, 새로이 조명받는 것들도 있다. 청소년의 정치참여 문화도 그 중 하나다. 잊히지 말고 인정받아서 평등한 대우를 받길 바란다.
어린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좀 더 바르고 안전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 국민이 이루어낸 민주주의,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한층 더 성장한 참된 민주주의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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