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구의원들, '의장단 감투' 나눠먹다 덜미

부산진구의회 '짬짜미' 의장 선거 적발... 야당 "1당 독재 시정농단"

등록 2017.03.14 16:20수정 2017.03.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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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구의회 소속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의장단 선거를 담합해 특정 의원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야당 의원들이 부산진구의회 앞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의회 독점으로 구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던 모습.
부산진구의회 소속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의장단 선거를 담합해 특정 의원에게 표를 몰아줘 당선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야당 의원들이 부산진구의회 앞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의회 독점으로 구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던 모습. 정민규

부산의 한 기초의회에서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사전에 모의하고 의장단 자리를 나눠먹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초의회의 존립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야당은 물론 지역 언론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부산진구의회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의장단 선거는 점입가경이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로 당선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구의원들은 그해 7월 8일 지구당에 모여 의장 추대와 관련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는 특정 구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하고, 후반기 의장은 다른 구의원을 뽑자는 내용이었다. 만약 합의대로 되지 않으면 합의서에 이름을 올린 구의원 누구도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직 등 의장단을 맡지 않겠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그래도 못 미더웠는지 '이탈표 방지' 규정도 추가했다. 경찰은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이 직접 이름을 써넣는 투표 방식을 악용해 의원별로 이름을 써놓을 위치를 지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테면 'A구의원은 투표지의 좌측상단에 투표한다'는 식이었다.

석연치 않은 투표 진행에 의문을 제기한 야당 의원 7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자유한국당 구의원 12명만 참여한 투표가 진행됐고, 이변 없이 합의한 구의원이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의장단도 상임위원장 한 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한국당이 차지했다.

지역 언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낳은 씁쓸한 단면" 지적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적발한 경찰은 지난 13일 구의원 10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구의장으로 선출되면 받게 되는 각종 편의를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의장에게는 차량과 기사뿐 아니라 240만 원 가량의 업무추진비도 주어진다.


야당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짬짜미' 의장 선거의 실체가 드러나자 1당 독점의 폐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1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부산에 오랫동안 쌓여왔던 정치적 적폐의 대표적 사례이자 새누리당 1당 독재로 빚어진 부산 시정농단의 일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부산진구의회는 이밖에도 카드깡과 예산횡령, 선거법 위반, 공무집행 방해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또 다른 불법행위 여러 건이 고발된 상태로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지역 신문인 <부산일보>는 14일 사설을 통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는 여당 후보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그동안의 지역 선거 풍토가 낳은 씁쓸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지난해 후반기 원 구성 때 난맥상을 보였던 부산시의회를 비롯하여 이번에 경찰에 입건된 부산진구의회 등 지방의회의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개혁 없이는 진정한 지방분권의 길은 멀기만 할 뿐"이라고 밝혔다.
#부산진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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