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웽~ 비행기 날면 갓난아기까지 경기 일으킬 정도"

[현장] 항공기 소음 피해 서울 강서양천 주민들의 하소연, 피해방지대책 마련해야

등록 2017.03.15 20:21수정 2017.03.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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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양천구 강월초등학교 인근, 항공기가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강월초등학교 인근, 항공기가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 ⓒ 신상호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강월초교입구 사거리. 머리 위로 "웽" 하는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지나갔다. 비행기는 주변 길목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낮게 날고 있었다. 비행기에 표시된 항공사 마크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바로 옆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리가 컸다. 옆 사람이 아무리 큰소리로 말해도, 비행기가 내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비행기는 평균 3분마다 1번씩 굉음을 내면서 이곳을 지나갔다.

"비행기 지나갈 땐 갓난아이 경기 일으킬 정도" 

서울 강서지역은 항공기 소음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공항 소음대책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양천구(신월 1~7동, 신정3,7동), 강서구(공항동, 과해동, 오곡동, 오쇠동, 외발산동), 구로구(고척 1~2동) 등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지난해 공항 소음 측정 현황을 보면, 김포공항 영향권인 서울 강서구와 구로구, 양천구 일대 소음은 연 평균 59~79dB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수면장애(60dB)부터 청력장애 시작(80dB) 수준의 소음이다.

특히 구로구 고척도서관(75.6dB), 강서초등학교(74.8dB) 등에서 소음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웅 신월4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비행기가 지나가면 갓난아이는 경기를 일으킬 때가 많고, 여름에는 소음 때문에 아예 창문을 열고 살기 힘들 정도"라며 불편을 토로했다.

최석용 양천구 환경관리팀장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 결과 다른 지역보다 주의력 결핍이 많다는 조사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같은 단지여도, 피해 지원 받고 못 받고...

공항소음피해지역에 대해 정부가 전기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피해지역 선정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75웨클(WECPNL, 소음도에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에 가중치를 주어 종합평가) 이상인 주택에 대해 전기료(월 5만 원 이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웨클 기준은 비슷한 위치에 있어도 수치가 다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서도 지원대상인 동과 그렇지 않은 동으로 갈리기도 한다. 실제로 양천구 신월, 신트리, 롯데캐슬 아파트 등은 전기료 지원을 받는 동과 그렇지 않은 동으로 나뉜다. 동별로 책정된 수치가 미세하게 다른 탓이다.

a  15일 서울 양천구에 문을 연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지원센터

15일 서울 양천구에 문을 연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지원센터 ⓒ 서울시의회


최 팀장은 "정부는 생활소음이 아닌 웨클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데, 이 기준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2개 국가에서만 차용하는 기준이고, 미국 등 선진국은 웨클이 아닌 생활소음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천구 신월시영 아파트에 사는 황아무개씨는 "우리 단지 같은 경우에는 도로와 인접한 단지만 지원 대상이 되고, 뒤편에 있는 단지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같은 단지여서 소음을 느끼는 것은 비슷한데, 지원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불만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지적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15일 지자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공항소음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지원센터'를 개소했다. 공항공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항공기 소음을 측정하고,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는 목적이다.

센터에는 공기 소음 측정 담당자와 연구 전문가 등 총 4명이 상시 근무한다. 센터는 공항소음 측정과 관측한 자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자료가 쌓이면 관측 자료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피해 주민들에 대한 상담과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아파트 고도제한에 15층 이상 건축도 불가능

또 이 지역에 있는 집들은 기본적으로 항공기 소음으로 집값도 저평가돼 있다. 이 지역의 아파트는 고도제한에 따라 15층 이상 건축도 불가능해, 재건축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항공기 증편에 따라 집값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1월 국토부가 김포공항 항공기 증편 계획을 밝히자 이 영향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는 집값이 하락했다. 당시 강서구 공항동 공항동부센트레빌 4차 84㎡형은 2014년 12월 4억 2500만 원(8층)에 거래됐지만, 이듬해 1월에는 2500만 원 하락한 4억 원(9층)에 팔렸다. 양천구 신월동 신월대림아파트 전용면적 85㎡형은 2015년 2월 3억 1500만~3억 2000만 원 선으로 석달 전보다 2000만 원이 줄었다.

KB부동산시세를 보면 서울 강서구의 주택 매매가는 항공기 증편 소식이 전해진 뒤 2014년 12월 -0.68%포인트, 2015년 1월 -0.67%포인트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 기간 서울 주택 매매가가 평균 0.8%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강서구와 양천구에서 항공기소음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주거환경 측면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아 대체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저평가돼 있다"라고 말했다.

우형찬 서울시의회 항공기소음특별위원장은 "센터 개소는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준비를 통해 추진된 것"이라며 "심해지고 있는 공항소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나 의견을 경청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피해 대책 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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