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권 부정하는 국회, 졸속 개헌 멈춰라

[주장] 대선 이후, 주권자인 국민이 개헌 논의하는 장 마련해야

등록 2017.03.16 17:36수정 2017.03.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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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연합뉴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원내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 단일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3당이 합의한 단일 개헌안을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발의해, 다가오는 5월 대선에서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밝혔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내각제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니까 실상은 국회의원들끼리 국무총리와 장관 등의 권력을 나눠먹는 개헌에 합의했으며 그 안을 대선 날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은 거대하게 타오른 촛불 민심을 반영하여 적폐를 청산하고 부역자를 처벌하며 시민권과 민주주의를 강화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써야 마땅하다. 그런데 국회에 100개가 넘게 발의된 개혁 법안은 처리하지 않으면서, 권력 나눠먹기에 집착하는 모습에 씁쓸하기만 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개헌을 소수 정치인들에게 고스란히 맡긴 적이 있었던가? 주권자인 국민이 개헌 논의에 참여하는 공론장이 있었던가? 국민이 언제 국회에 전폭적인 동의와 지지, 신뢰를 보낸 적이 있었던가?

주권자인 국민 배제한 개헌은 국민 주권 부정하는 행위

지난 1월, 36명의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개헌특위가 구성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는 점에서, 30년 만에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된 것은 원론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국민은 개헌특위가 구성될 때부터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한 채 그들끼리 정치적 계산에 따른 권력 나눠먹기 개헌을 하는 것이 아닌지, 촛불 항쟁의 성과를 도둑질하는 개헌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아닌지 따가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실제로 개헌특위는 그간 토론회, 공청회,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등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계산해 그들만의 졸속 개헌안을 마련했을 뿐이다. 일반 법률도 그토록 졸속으로 만들지 않는데, 하물며 헌법 개정을 그토록 할 수 있는가!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한 채 이뤄진 개헌안 합의는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는 당리당략에 의한 개헌 논의를 멈춰야 한다. 대선 전 졸속 개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주권자 대접받지 못한 개헌의 역사, 반복하지 않아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었던 지난 9차례의 개헌에서는 안타깝게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권력자의 임기 연장 개헌에 국민이 도장 찍는 일로 동원될 뿐이었다. 심지어 4.19 혁명 이후 이루어진 개헌과 1987년 6월 항쟁 이후 있었던 개헌마저도 소수 정치인들이 적당히 타협해 항쟁의 성과를 도둑질해 갔다.

그러나 이제 더욱 성숙해진 국민은 국가의 주인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키는 소수 정치인들의 밀실 협상 개헌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국민은 헌법 책을 펴기 시작했고 그 공부 열기는 뜨겁다. 헌법 해설서는 출판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들의 헌법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비로소 대한민국에 '헌법적 시민'이 탄생했다. 이제 국민은 지난 시절의 개헌처럼 소수 정치인들의 밀실 협상으로 이루어지는 개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 개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대선이 끝나고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마련해 긴 시간 동안 차분하게 권력 구조만이 아닌 기본권 강화와 민주주의 심화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상에 광범위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대선 이후, '시민 참여 논의 기구' 법으로 보장해야

이번에야말로 '시민 참여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이 있어야 하고, 그 공론장에 시민이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참여 논의 기구'를 마련해야 하며, 정치권은 이를 법률로써 뒷받침해야 한다.

관련해서 아일랜드의 개헌 논의 과정이 주목할 만하다. 아일랜드에서는 법률적 권한을 지닌 '시민의회'가 구성되어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다양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헌법 개정에 대해 오랜 시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시민이 참여하고 토론해서 마련한 헌법 개정안은 의회를 통해 국민 투표에 부치게 된다.

무엇보다 시민의회는 직장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강도 높은 세미나와 토론이 벌어지는 숙의 민주주의를 담아내는 방식이어서 개헌 논의에 적절하다.

다행히도 촛불 항쟁의 열기를 담아 국민 주권과 시민권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시민의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민단체에 의해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소수 정치인들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밀실 협상과 졸속 개헌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이는 진정 바람직한 절차를 통해 국민적 합의 속에 축복받는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국민은 국민주권주의를 비롯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회가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다음은 국회를 파면할 차례가 될 것이다. 개헌 논의가 더는 구태를 반복해서 보이지 않도록 국회와 유력 대선 후보들이 주권자인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논의 기구를 마련하는 법률 마련에 앞장서서 합의하기 바란다.
#개헌 #국회 #국민주권주의 #시민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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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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