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내곁에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한장면이다
내사랑내곁에
나의 직업은?벌써 이 직업으로 일한 지 만 12년이 넘었다. 그간 내 손을 거쳐간 환자만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른다. 이 환자들의 대부분은 척수손상, 뇌졸중 등 평생 신체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이다. 내 직업을 잘 모르는 지인들은 종종 오해한다.
보통은 동네 물리치료실에서 행하는 치료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환자들의 일상생활을 돕고 사회에 적응시키는 일을 하는 작업치료사다. 환자들이 갖고 있는 신체 여건에 맞게 치료 난이도를 설정하고, 그들의 앞날에 펼쳐질 사회적응을 설계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들과 굉장히 가깝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이젠 그들의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다. 비록 내 능력이 모자라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진 못할지언정 그들의 애환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그들의 삶
그들의 어려움은 신체적인 것 외에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생활 전반에 포진해있다. 당장 돈벌이를 할 수 없는 집안의 가장들은 가족을 걱정하고, 자식에게 밥 한 끼 챙겨줄 수 없는 엄마들은 쓰린 가슴을 안고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연로한 어르신들은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눈치 보기 일쑤다. 이미 이들은 병원비, 간병비 등의 지출로 돈이 털털 털린 상태다. 그런데다가 환자들은 어딜 가든 '봉'으로 인식되어, 구입 품목 이름에 '의료' 자만 들어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항상 울상 짓는다.
오랜 병치레로 기둥뿌리가 흔들린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된다. 자식, 부모, 형제, '가족'이란 이름으로 엮여있는 공동체에 불경을 저지르는 것처럼 죄책감에 시달린다. 소득 상위 1%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돈이 해결해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서민들에게서 이런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에 가난의 대물림이 또 발생되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중산층의 붕괴는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난해서 아프고, 아파서 가난하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과연 안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12년 대선 공약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2012년 대선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전 대통령)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맞붙었다. 그 당시 쟁점은 '복지'였는데, 특히 박근혜 후보가 들고 나온 4대 중증질환의 국가 보장이 눈에 띄었다. 또한 환자가 부담하는 '간병비'까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해 환자들의 기대감이 컸다. 필자는 당시에도 경향신문에 '간병비 국가보장'을 주장하는 글을 기고한 바 있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그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환자들의 개인 생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선된 부분도 있겠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서 장애를 입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진 않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주관적으로 지켜본 모습이다. 여전히 병원비와 간병비에 버거워하고 가족들에게 죄인이 된 것처럼 살아가는 게 그들이다.
2017년 대선 공약 '장애등급제, 의무부양제 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