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어느 골목집. 정갈한 붓글씨로 '입춘대길'을 적어서 붙입니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더 어여쁜 글씨로 "기쁜 새봄"이나 "새봄 기쁨"처럼 새로운 '우리 붓글씨'를 스스로 지어서 붙여 볼 만하지 싶어요. 바야흐로 새로운 숨결이 물결치는 이 나라이니까요.
최종규
가장 쉬운 말이 외려 가장 어렵게 풀이되고 마는 한국말사전이에요. 가장 수수한 말을 되레 가장 엉터리로 다루고 마는 한국말사전이고요. 이런 얼거리라면 어른이나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말을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물려주기란 참 팍팍하거나 메마르거나 고단하거나 어지러운 노릇입니다.
가장 쉬운 말부터 참말 가장 쉽게 다루면서 슬기롭게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가장 수수한 말부터 참으로 가장 수수하면서 사랑스레 갈고닦아서 빛내도록 북돋울 노릇이에요.
봄은 봄입니다. 예부터 시골 흙지기는 '봄맞이꽃'을 살폈고 '봄나물'을 했습니다. 한자를 쓰던 이들은 '立春大吉' 같은 글씨를 붓으로 척척 써서 붙였습니다. 자, 이 '봄맞이글'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해요. 봄이 되어 기쁜 기운이 찾아들기를 바란다면 "기쁜 봄" 같은 글씨를 쓸 수 있어요. "고운 봄"이나 "사랑 봄" 같은 글씨를 써도 돼요. "새봄 기쁨"이나 "기쁜 새봄" 같은 글씨도 재미있고 뜻있어요. "새로운 봄"이나 "해맑은 봄"이나 "따스한 봄" 같은 글씨도 재미나고 뜻깊고요.
다 다른 고장에서 다 다른 사랑을 지펴서 다 다르면서 아름답게 '봄맞이글'을 써 볼 수 있기를 빕니다. 또는 '봄글'을 써 보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봄노래'를 지어서 불러 볼 만합니다. "고운 봄빛"이랑 "너른 봄내"랑 "향긋한 봄"이랑 '봄이야기'랑 '봄바람'이랑 '봄꽃잔치'랑 '봄나물밥'을 두루 헤아리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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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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