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월평공원 하늘엔 '멸종위기' 참매가 난다

[현장 탐방] 갈마지구 개발사업 놓고 시끌... 옆새우, 멧돼지 등 서식

등록 2017.04.10 14:16수정 2017.04.10 14:17
0
원고료로 응원
대전시가 대규모 개발정책으로 시끄럽다.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갈마지구 개발사업은 대전 서구 갈마동 산 26-1번지 일원 115만 6686㎡에 약 270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만드는 사업이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업자에게 땅의 70%를 공원으로 조성, 기부체납하고 나머지 30%는 개발 수익을 얻도록 하는 제도다. 원래는 일몰제로 해제될 위기에 있는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한 궁여지책의 공원조성사업이지만 30%에는 주거·상업시설 개발을 허용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원칙만 견지하고 있어 난개발을 제어할 장치가 부족하다.

'월평공원 갑천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지정 타당성 검토연구'에 따르면 월평공원지역에 확인된 동식물이 800여 종에 이른다. 월평공원은 전문가와 시민이 모두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대전에서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월평공원 갑천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지정 타당성 연구

식물 : 346종 / 산림청 희귀식물 4종 / 식물구계학적특정식물 16종
포유류 : 11종 / 법적보호종 2종
조류 : 86종 / 법적보호종 10종
양서파충류 15종
어류 : 31종 / 한국고유종 9종, 법적보호종 1종
육상곤충 : 223종 / 법적보호종 1종 / 고유종 27종, 특정종 40종, 국외반출승인대상종 4종
저서대형묵척추 동물 : 66종 / 고유생물종 2종

그런데 대전시는 공원 해제 면적의 20%가 이미 훼손되었다며 개발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그정로도 훼손되었다면 그 동안 공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전시에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찾은 대전 갈마지구 상황은 크게 달랐다. 폐건물 부지가 있긴 하지만 건물을 제외한 곳은 자연숲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a  대전시가 3월 토론회에서 훼손되었다고 발표한 자료. 훼손된 곳만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시가 3월 토론회에서 훼손되었다고 발표한 자료. 훼손된 곳만을 보여주고 있다. ⓒ 대전광역시


숲에는 봄을 준비하는 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었다. 작은 웅덩이에는 도롱뇽과 산개구리 알이 보였다. 훼손된 지역이었다면 있지 않았을 동물들이다.

천연기념물 323호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생물 2급으로 등재된 참매가 번식 중인 것도 확인됐다. 참매는 국내에서 매우 귀한 새로 과거 매사냥에 사용되던 종이다.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는 참매의 새끼를 칭하는 말이다. 국내에는 극히 적은 수가 서식하고 있으며 보호가 필요한 종이다. 


a 월평공원에서 비행중인 참매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참매의 번식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평공원에서 비행중인 참매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참매의 번식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이경호


참매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이 지역의 숲 생태계가 안정적이라는 방증이다.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에 하위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지 않은 곳에서는 서식이 불가능한 종이기 때문이다.

사업 예정 부지에서는 멧돼지의 흔적도 확인됐다. 멧돼지가 보호종은 아니지만 멧돼지가 살 수 있을 정도의 산림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a  멧돼지의 흔적.

멧돼지의 흔적. ⓒ 이경호


사업 예정 부지에는 계곡 2개가 있다. 이 계곡은 1급수 지표생물인 옆새우가 서식할 정도로 맑은 물이었다. 이정도면 가재까지도 서식할 것으로 보인다.

부지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유의 토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곳에는 출입금지 푯말이 곳곳에 있었다. 이런 곳은 공원이 해제되더라도 녹지로 유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a  공무원연금공단이 토지소유주인 곳이 개발예정부지에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토지소유주인 곳이 개발예정부지에 포함되어 있다. ⓒ 이경호


대전시는 사유지 매임이 어려워 공원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국가 소유의 땅을 아파트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수십년간 공원으로 유지하던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대전시가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또 개인 소유의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 해제를 위해 공원 일몰제가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소유의 토지는 개발 면적에서 빼야 한다. 생물서식공간을 훼손된 지역이라고 호도하고, 공원으로 유지 가능한 국가 소유의 토지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려는 대전시의 행정을 납득할 수 있을까. 
#갈마지구 #월평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이 기자의 최신기사 중대백이의 삶과 죽음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3. 3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맥주는 왜 유리잔에 마실까? 놀라운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