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위험한 상황에선 꼬리 내릴 줄 안다"

[팟짱 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미국의 대중국전략 활용한 '북풍'"

등록 2017.04.12 13:23수정 2017.04.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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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오마이뉴스

미국의 대북 군사 압박에 근거한 '4월 한반도 위기설'과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 위기가 현실화 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12일 오전 오마이TV 생중계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정 전 장관은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인근 배치 등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4월 한반도 위기설' 현실화의 중요 결정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정 전 장관은 오는 15일 '북한의 태양절', 즉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5주년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대해 "어떤 점에서 다행인 게 미국이 후속 계획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 즉 일본 쪽에는 이미 로널드레이건호가 와 있고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오는 등 미국의 항공모함이 두 대가 서태평양에 있다는 건 북한에 상당히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21일까지 계속되고 미국의 항공모함이 2대가 오고, 미국은 선제타격설까지 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격으로 봐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서 시리아에 한 것처럼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조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북한이 '조심'할 것으로 보는 근거로 정 전 장관은 1994년 북핵위기 때를 선례로 들었다. 그는 "북한의 핵활동을 묶어놓는 제네바합의로 가는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을 굉장히 피곤하게 만들었을 때, 미국은 '영변 선제타격' '외과적 수술' 즉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계획도 세우고 실제 행동에 옮기려 주변 준비를 했다"며 "미국이 레이니 주한 미대사 가족을 동경으로 피신시키는 퍼포먼스까지 벌이니 북한이 놀랐다. '미국이 진짜 칠 모양'이라고 판단한 북한은 오히려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이어 "김대중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고, 이에 영감을 받은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 주석은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해 달라는 카드를 꺼내서 위기를 절묘하게 피해갔다"며 "미국의 대북압박이 고조됐을 때 북한은 이에 맞서지 않고 일단 피했던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만큼 불가측성이 큰 트럼프이기에, '이 때 잘못하면 큰일난다는 판단을 김정은도 하리라 본다"며 "최종 결정은 김정은이 하겠지만 북한엔 김일성 때부터 통치에 관여해온 '훈구대신'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정책 방향과 속도를 조율하는 데에 상당한 정도로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북한도 아주 위험한 상황에선 꼬리를 내릴 줄 안다"

미 핵항모 칼빈슨호 부산 입항  2017년 3월 15일 오전 부산항에 도착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갑판 위에 항공기와 승조원들이 도열하고 있다. 1982년 취역한 칼빈슨호는 배수량 10만t에 크기가 길이 333m, 폭 77m에 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통한다.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약 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웬만한 중소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췄다
미 핵항모 칼빈슨호 부산 입항 2017년 3월 15일 오전 부산항에 도착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갑판 위에 항공기와 승조원들이 도열하고 있다. 1982년 취역한 칼빈슨호는 배수량 10만t에 크기가 길이 333m, 폭 77m에 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통한다.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약 80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웬만한 중소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췄다연합뉴스

북한이 핵실험은 아니더라도 핵무기 운반체인 ICBM 발사시험을 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정 전 장관은 가능성이 낮고, 조립된 형태의 ICBM을 '보여주기'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정 전 장관은 "쏘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ICBM은 겉모양보다도 발사했을 때 제대로 가는가, 3단계 로켓분리가 제대로 되는가, 불타지 않고 대기권에 재진입하는가 등이 중요하다"며 "여기 저기 전문가들이 분석한 얘길 종합하면, 미사일 사거리가 3000~4000km는 되는데 그것 갖곤 태평양을 건널 수 없다. 북한이 '우릴 무시해?' 하면서 쐈는데 가다가 '픽' 떨어지면 그 다음부턴 무시를 당하게 되는데, 그러기보단 잠재적인 가능성만 보여주면서 그걸 갖고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 예측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타격할 경우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제2의 한국전쟁으로 번지고 그것은 다시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된다"며 "미국이 한반도 위기설을 띄우니 중국은 압록강, 두만강변을 따라 15만 군대를 배치했다. 이 때문에라도 미국은 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단호한 대응'과 같은 언급이 나오는 것을 정 전 장관은 "말폭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을 때리고 있지만 실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고, 안보를 수단으로 해서 미-중 간 경제적 거래라 할까,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그 속에서 '4월 위기설'이란 게 대선 정국에서 굉장히 폭발력을 갖고 SNS를 달구고 있는데,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 미국의 대중국전략을 활용, 일종의 '북풍작전'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1단계, 2단계, 3단계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데몬스트레이션 비슷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데, 거기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게 비극"이라 평가했다.
#정세현 #트럼프 #위기설 #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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