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시작하기 전 호기심에 가득 차 모여든 아이들
홍성희
수업이 낯선 아이들
아이들의 노래로 한창 흥이 오르려 할 때쯤 난데없이 수업이 중단됐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현지 선생님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쉬는 시간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에 시간을 확인하자 수업을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되었다. 일단 쉬기로 하고 손가락으로 시계 바늘을 돌려가며 다음 수업시간을 정하는데, 선생님들이 원하는 시간이 무려 1시간이 아닌가. 준비해간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손짓, 발짓, 몸짓을 다 동원해 설득한 끝에 선생님들은 30분의 쉬는 시간을 받아들였다.
사실 신부님의 열정으로 이곳에 유치원을 세우긴 했으나, 제대로 교육을 받은 선생님은 구할 수가 없었고 지금 있는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의 안전을 돌보는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아이들도 집안 사정에 따라 유치원에 오는 날이 들쑥날쑥하고, 시시때때로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가기도 하는 등 규칙적인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30분 가까이 진행되는 수업은 무척이나 낯설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 마냥 즐거워하며 나무에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재잘거렸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대비되는 이 곳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성장하며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 이곳의 현실은 참으로 녹록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