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박물관
Gert
독일인들, 대화할 때 사람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유엔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7개국 가운데 독일은 16위, 한국은 56위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1위 노르웨이,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위스, 5위 핀란드, 6위 네덜란드, 7위 캐나다, 8위 뉴질랜드, 9위 오스트레일리아, 10위 스웨덴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G7국가 중에는 캐나다(7위), 미국(14위), 독일(16위), 영국(19위), 프랑스(31위), 이태리(48위), 일본(51위) 순이다.
독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잡힌 성장을 통한 경제적 번영과 보편적인 사회 복지를 함께 실현한 국가이다. 또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고, 통독 이후 문제까지 잘 극복했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와 불안정성 그리고 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 국가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독일인의 행복 지수는 왜 북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작년 독일 여행 때 방문했던 뮌헨의 한 독일인 가정에서 Gert씨(52세)와 나누었던 대화를 최근에 보충하여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구동독인 라이프찌히 출신의 그는 현재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독일의 한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한국계 아내와의 사이에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 2남 1녀를 두고 있다.
여행에서는 의미를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만남도 있다. 그런 관계를 통해 그들의 이면을 보게 되며 우리의 불만을 보다 잘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관점도 가지게 된다. 한국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한 가능성을 찾는 자그마한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일인들은 대화할 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 인터뷰의 답변 내용 중엔 한 독일인의 개인적인 견해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Gert씨의 요청으로 인물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 점 양해 바랍니다)
1620년 영국의 청교도들이나 19세기 유럽의 노동자들 모두 주류 사회에서 밀려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은 아메리칸 드림의 원동력이 되었다. 사회 복지는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아메리칸 드림은 주로 물질적인 부를 이루기 위한 개인의 무한한 기회를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면 스웨덴으로 이사 가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미국은 부모와 자식 간의 소득 불평등 상관 지수가 높다. (미국은 0.8이고 스웨덴은 0.2이다.)
해방 이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도 비슷하다. 한국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난에서 탈출하고 잘 살아보자는 강력한 욕구가 한국의 급성장 배경이다. 그러나, 물질적 성공만을 강조하는 불균형한 사회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부와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개인적인 노력을 통한 신분 상승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한국은 사교육비에 대한 지나친 부담 때문에 경제적 상위 계층의 자녀일수록 명문대에 진학하여 소득이 높고 안정된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독일은 명문대의 개념이 없고 아비투어 시험(한국의 수학 능력시험)만 통과하면 대체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 의대와 법대는 최상위권의 아비투어 성적을 받은 사람만이 지원 가능하구요. "독일도 고소득일수록 자녀에게 투자하는 사교육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사교육비에 돈을 들이는 한국과는 다릅니다. 자녀들에게 취미 활동이나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자기 주체성을 확립하고 높은 이상을 갖게 하는 투자라고 보면 됩니다.
독일 대학은 어느 도시든 똑같습니다. 그러나 각 대학별 갖고 있는 특성과 교수진들로 인해 자기 취향과 적성에 맞는 학과와 학교를 선택합니다. 정말 자기가 가고 싶은 전공 학과와 강의를 듣고 싶은 교수를 골라 그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 되도록 가려 하지만 입학 허가서를 받지 못하면 우선 입학 허가서를 받은 다른 도시의 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비투어 시험 점수(대체로 5~6과목이고 내신을 포함해서 아비투어 점수는 1~4점이고 낮을수록 좋은 점수임)는 적어도 평균 1~2점을 맞아야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과 원하는 전공을 어려움 없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2점 이하가 되면 학기를 들어가기 위해 반년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지요. 의대나 법대 뿐만 아니라 모든 전공 분야가 같습니다.
독일도 의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대나 자연대, 공대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독일은 중공업, 공산품, 기기류 산업(자동차, 의료기기, 전자제품, 화학제품, 약품, 농수용 기기류, 비행기, 집짓는 장비 기구, 기차 등)이 매우 발달해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고급 인력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