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득 글, 다호 그림 <새콤달콤 딸기야> 겉 표지
비룡소
돌절구에 딸기씨를 심었어.맛난 딸기를 먹을 거야.잠자던 씨에서 싹이 텄어.병아리가 나온 날 새싹도 조그만 이파리를 사르르 펼쳤지.이파리가 푸릇푸릇해졌어. 돌절구가 좁다고 밖으로 나왔어.으샤으샤 어디로 갈까?기는줄기가 여기저기로 기어가.기는줄기 끝에서 어린잎이 자랐어. (본문 중에서)책의 한 구절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여느 동화책과 다르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챘을 겁니다. 아이들 동화책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기는줄기'라는 생소한 어휘가 등장하였지요. '기는줄기'는 고구마, 수박, 딸기처럼 땅 위로 기어서 뻗는 줄기를 말한답니다.
돌절구에 심은 딸기씨...열매 맺을까? 이영득 선생님이 쓴 <새콤 달콤 딸기야>는 "생명의 한 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꾸러미" 중 한 권입니다. 이 그림책은 "흔한데도 관심이 없어 낯선 생명의 한 살이와 그 둘레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기가 몰라보게 번졌어.둘레둘레 딸기밭이 되었어.딸기밭에 공벌레가 살아.지렁이도 살아.성큼 자란 병아리는 벌레를 잘도 찾아 먹어.(본문 중에서)
짧은 동화 한 단락에 공벌레, 지렁이, 병아리가 등장하였지요. 곧이어 비 오는 날은 두꺼비가 나오고 귀뚜라미와 잠자리도 등장합니다.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오면 무당벌레, 거미, 꿀벌 그리고 생소하지만 호리꽃등에도 나옵니다. 딸기가 자라 익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개미와 무당벌레도 딸기를 먹으러 옵니다.
이처럼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태와 성장과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할 수 있도록 예쁜 그림과 고운 말로 보여줍니다. 꿀벌과 호리꽃등에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는 과정, 콩알만한 딸기가 대추알만큼 커진 후에 발그레하게 익어 가는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답니다.
이영득 선생님은 "어렸을 때 풀이 무성한 딸기밭에서 익은 달기를 따면 보물을 찾은 듯 설렜"다고 합니다. "딸기 이파리에 조랑조랑 매달린 물방울이 딸기가 먹고 남은 물을 내놓은 거라는 걸, 어른이 되어서 알았을 때 세상문이 하나 열린 기분이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돌절구에 심은 딸기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 문이 하나하나 열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동화 한 편을 읽고나면 어느새 딸기는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지요. 기는줄기가 퍼지면서 잎이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면 "딸기 이파리는 작은 잎 세 장이 모여 잎 하나를 이루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따라 읽다보면 딸기 꽃이 흰 꽃이라는 것도 "꽃잎은 다섯 장이며 드물게는 여섯 장인 것"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