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달 6일 저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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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상태였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재배치 문제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9대 대선 이슈로 재등장했다. 진원지는 미국이다.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고문이 사드 배치 완료와 운용 시점과 "진행 중에 있지만 솔직히 그들(한국)이 대통령을 뽑을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차기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을 불렀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의도로 한 발언인지 불분명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요구에 대해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일축해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간의 기류가 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한국 정부측에서는 "배치 완료까지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리면 당연히 차기 대통령 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 공동 입장"이라고 밝혔고, 미국도 "사드 배치에 대한 정책상 변화는 없다"고 거들었다.
다음날인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공동발표에서도 "주한 미군 사드가 조속히 배치, 운영되도록 함으로써 북한 위협에 상응한 한미동맹의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기존 한미 정부의 '교과서'같은 입장을 재반복했다.
이처럼 한미 정부가 지난해 7월 8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을 통해 공식발표한 사드 배치 결정에 어떤 명시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분명하게 달라진 게 있다.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 어렵다고 한미 간 의견 모았다"정부 고위당국자는 17일 "사드 레이더 등 후속 장비는 한미 간 사드 배치부지 공여에 합의 서명한 이후 적정한 때에 반입될 것"이라며 이번 주 부지 공여에 서명하더라도 대선 이전에 장비 반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한미 간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가 대선 이후에 마무리되는가'라는 질문에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 시기를 '대선 이후'라고 특정한 것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이전에 사드 장비 반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5월 9일 대선에서 당선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사드 배치 문제에 개입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전날 백악관 인사가 한 말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올해 초까지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시기를 6, 7월쯤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지 맞교환까지 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경북 성주군으로 부지가 확정됐지만, 이후로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부지공여, 기지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건설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물리적으로 이 시기쯤에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2월 12일, 고체연료 사용 등 중장거리 전략미사일 개발에서 상당한 기술진보를 이뤄낸 '북극성 2형'발사에 성공하자, 한국 정부와 주한 미군은 3월 2일 오산기지를 통해 사드 발사대 2기를 전격적으로 들여오고, 이례적으로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되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대못박기'로 해석됐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 상황을 "물리적으로 배치를 서두르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황교안 권한대행 등이 마구잡이로 밀어붙였다"고 진단하면서 "아직 성주의 사드 부지 공사는 기초 공사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대선 내에 사드를 작전 배치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의 발언에 대해서도 "현재 사드 배치 진전 상황상, 저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영향... 역할분담했을 것"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더 넓은 차원에서, 지난 6~7일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영향을 주목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역할분담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는 조속한 배치를 원한 반면, 미국은 생각이 복잡해진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일단 중국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보라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아시아 재균형 정책 차원에서 사드 배치에 큰 의미를 부여한 반면, 트럼프는 그런 아시아 전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드를 협상수단으로 삼는 것 같다"고 그 배경을 진단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중국과 한국 새 정부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책임을 넘기는 측면도 있다"며 "북핵 문제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지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재인측 "제 말이 맞지 않는가" 반색... 안철수측 "새로운 사실 아니다"사드 배치에 대한 이 같은 변화는 대선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락가락 하면서도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측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는 이날 대구 유세에서 "사드 문제로 저를 많이들 공격했는데 백악관에서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며 "저 문재인의 말이 맞지 않는가. 제가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반겼다. 민주당 대선 선대위의 윤관석 공보단장도 관련 논평에서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비판대상이 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근식 선대위 정책대변인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당초 예정보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던 사드 배치가 정부 간 합의에 따라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본다"면서 "안 후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법 절차를 거쳐 그간 한·미 정부 합의에 따른 사드 배치가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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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드 배치 4월 불가"... 결국 새 대통령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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