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후보 KBS 초청토론의 한 장면.
KBS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된 19일 KBS TV토론 방식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KBS와 거의 동일한 방식의 TV토론을 23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자는 애초 취지와 달리 TV토론이 '1위 주자 왕따시키기'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킬 만한 상황이다.
대선후보 5인은 19일 KBS 주최로 진행된 19대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여해 각 주제마다 후보에게 질문과 답변시간을 합쳐 9분씩 주어지는 '시간총량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 방식대로 토론을 해보니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상대에게 질문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사회자로부터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토론이 진행된 90분 중 45분 동안 각 후보들에게 받은 질문에 답변하느라 주어진 18분을 거의 모두 사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드 문제를 연이어 묻자 문 후보가 "이러면 다른 분들의 질문에 답할 수가 없다"며 곤란해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질문들에 답하느라 정작 다른 후보에게 질문할 기회는 거의 얻지 못했다. 시간총량제가 만들어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
이 때문에 KBS 토론이 끝난 후 민주당에서는 "이런 방식의 토론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선대위 신경민 TV토론본부장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토론회가 아니라 문재인 인사청문회였다"라며 "토론의 목표가 1위 후보의 인사 검증이라고 하면 목표를 달성한 거지만 5인 후보의 식견과 철학을 듣겠다고 하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어제 지켜보던 국민들은 안철수·문재인 후보 검증이 부족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며 "미국처럼 일정 수준 지지율이 나오는 1·2위 양자토론이 유익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맞짱 토론이 시급하다"고 문재인·안철수의 양자토론을 제안했다(민주당 박광온 공보단장은 "양자토론도 환영한다. 다만, 다른 세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동의를 안철수 후보 측이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스탠딩 토론이 효율적이려면 소수여야 한다. 지금처럼 다수일 땐 한 사람에게 집중되거나 한 사람은 소외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4월 23일과 5월 2일 방송될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 1·3차에 후보당 총 18분의 '시간총량제'를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간총량제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미국의 대선 토론 형식을 우리 현실에 적용해보자는 취지로 '스탠딩 토론'과 함께 지난 7일 채택한 방식이다.
기존의 주도권 토론으로는 대선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룰 변경'의 배경으로 크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