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심명숙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지부장이 정규직 전환 투쟁의 현장이었던 서울시청 정문 앞에 다시 섰다. 심 지부장은 "기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처우개선을 위한 또 다른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김경년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 그런데 너무 많이 기다려서 그런지 기쁘긴 하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네요."
지난 20일 오후 만난 민주노총 다산콜센터 심명숙 지부장(41)은 오랜 투쟁 끝에 정규직 전환이란 목표를 이뤄낸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전날인 19일 서울시는 다산콜센터를 '재단'으로 출범시켜 상담사와 교육스태프 등 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 405명 전원을 5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 9월 노조를 설립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간 지 햇수로 무려 6년만의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7296명 중 6974명(95.6%)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이제사 꿈을 이루게 됐다(관련기사 :
박원순, 다산콜센터 상담사 405명 전원 '정규직' 전환).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의 특정 업무 자체를 외부에 맡기는 민간위탁 방식인데다 인원이 많은 탓에 행자부의 공무원 총액인건비 제한에 부딪혀 정규직 전환이 미뤄져 왔고, 그 대안으로 서울시가 찾은 것이 재단 설립이다.
기간이 기간인 만큼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은 며칠을 걸려 풀어놔도 다 하지 못할 것이다.
머리띠를 매거나 피켓을 들고 시청 앞에서 집단시위를 벌여야 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시위를 이어갔다. 때론 머리를 밀고 삭발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조례통과를 위해 시의원들을 쫓아다녀야 했다.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위해 시청 정문 앞으로 가는 와중에 만난 경찰관들이 "잘 해결됐다고 들었다. 한턱 쏘라"고 인사말을 전할 정도로 심 지부장은 이 바닥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6년만의 쾌거, 그러나 심 지부장은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정년까지 신분보장이 이뤄지긴 했지만, 앞으로 직급조정이나 임금협상 등 처우개선을 위한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산콜센터 전화상담사 8년차인 심 지부장은 "이제 성희롱, 욕설 등 웬만한 '진상 전화'에는 이제 이력이 났다"면서도 "요즘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신종 수법이 진화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 'I.인터뷰.U'에 심명숙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장을 초대했다.
"다음달부터 정규직, 분명 축하받고 기뻐할 일인데..."- 축하한다. 다음달 1일부터 꿈에 그리던 정규직이 된다. 센터 분위기는 어떤가."분명 축하인사를 듣고 기뻐할 만한 일인데 차분하다. 직원들 모두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 의외다. 축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는데다 아직 위탁업체 관리직원들이 같이 있고, 재단의 정식적인 급여도 받은 적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근로조건이 바뀌고 내 삶이 달라졌다는 것을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 재단 설립으로 5월 1일부터 정규직이 되면 당장 무엇이 달라지나."민간 위탁업체 소속이었다가 재단의 정직원이 되는 거다. 무엇보다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도감이 생길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달라."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보건소, 시 산하기관들의 대 시민 행정민원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이들 기관의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그 기관이 아니라 다산콜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즉, 궁금한 게 있어서 서울시의 행정기관에 전화했을 때 실제로 연결되는 곳은 다산콜센터다."
- 왜 해당 기관이 아닌 다산콜센터가 그 많은 전화를 다 받아야 하나."시민들은 민원이 생겼을 때 구청업무인지 시청업무인지 잘 모르지 않나. 그래서 무작정 시청으로 전화하지만, 시청에 오는 전화문의의 60%는 실제 구청 업무다. 소관 기관으로 전화를 돌려주기도 하고, 가능한 업무는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그 많은 민원전화를 시청 공무원들이 받았지만 지금은 다산콜센터가 받아 처리하는 것이다."
- 다산콜센터는 전화민원만 담당하나."그렇다. 전화민원은 우리가 처리하고, 인터넷 민원은 '응답소'가 맡는다. 물론 직접 방문하는 민원인은 시청 '열린민원실'이 처리한다."
- 다산콜센터에는 상담사 몇 명이 어떻게 근무하나."현재 2개 위탁업체 소속 370명의 상담사가 팀을 나눠 24시간 근무하는 체계다. 많을 땐 540명까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일이 힘들어 자연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