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왕버들군락(2017.4.18)
손남숙
일반인들의 습지에 대한 인식 역시 미비했습니다. 이런 습지들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람사르총회 국내 개최(2008년)를 계기로 습지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입니다. 워낙 광활한데다가 가장 오래된 국내내륙습지라는 우포늪 특성상 우포늪은 국내 습지들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습니다. 자연생태에 그다지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찾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고요.
그런데 우포늪은 생태관광지입니다. 일반 관광지와 다른 마음이나 자세로 만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요. 산행하다가 산악자전거를 타고 느닷없이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위험을 느꼈던 불편한 기억들까지 떠오를 정도로 공감하며 읽은 부분입니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독자들에게 공감을 구하자'고 생각하며 읽었고요.
어렸을 적 더러는 보기도 했으나 이제는 볼 수 없는 소달구지 풍경을 담은 사진을 구하는 과정 중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지레짐작했던 것들을 저자에게 들었고요. 지난주(19~21일)에 전화와 메일로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 아름다운 풍경이나, 들꽃이나 새가 있는 풍경 등, 보기 좋은 모습으로 우포늪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데요. 범람으로 헝클어진 늪의 모습 등, 물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어서 인상 깊은 책입니다. 민낯이나 속살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그런. "늪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것은 물입니다. 범람으로 길이 사라지기도 하고 홍수 직전까지 잘 자라던 식물이 쓸려 나가거나 녹아 없어지기도 하죠. 새로운 생명들이 깃들기도 하고, 싹조차 틔울 기회를 얻지 못했던 식물들이 늪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우포늪에 대한 책이니까요. 우포늪 자체를, 우포늪의 속살까지 최대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우포늪은 낙동강 배후 습지라 낙동강의 자연적인 변화(홍수 등)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요. 4대강 사업으로 우포늪이 배후습지로서의 역할을 많이 잃었습니다. 4대강 사업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아 그에 대해 어찌 말하지 못하지만, 많이 안타깝고 그리고 속상합니다."
- 우포늪이 있는 창녕에서 나고 자라 떠났다가 귀향, 10여 년 전부터 책의 바탕이 된 것들을 사진에 담는 등,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동안 많이 달라졌죠?"2004년에 고향에 돌아왔고, 우포늪이 남다르게 좋아져서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입니다. 그해에 습지해설사교육을 받았고, 2007년에 자연환경안내원(지금은 자연환경해설사)을 하면서 우포늪이 직장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관찰과 기록, 사진을 찍었는데요(이 책의 바탕이 되는) 2007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땐 주차장에 임시화장실뿐이었는데 이후 생태관이 들어섰고, 소달구지 운행에 이어 자전거 운행, 식당과 매점 등이 생겼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늪을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2007년에는 우포늪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탐방객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관광객이라고 합니다. 용어에서부터 늪의 가치와 인식, 대중화 정도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전에는 보전 지역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생태관광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책 제목 '우포늪'과 '걸어서' 사이 '쉼표(,)'에 많은 뜻이 있는 것 같은데…."애초 '우포늪 걸어서'란 제목을 붙였는데 목수책방(출판사) 대표님이 쉼표를 넣자고 하더군요. '한 템포 쉬면서 천천히 여유 있게 보라는 의미와, 우포늪과 걷기, 둘 다 중요한 느낌으로 읽히길 바라기 때문에'라고요. 사실 제 생각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포늪을 앞세우는 한편 '걸어서'를 넣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훨씬 의미 있어져서 쉼표를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