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4대강에 '투표', MB 청문회 꼭 열자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죽음의 금강, 생명의 미국 엘와강

등록 2017.05.01 10:22수정 2017.05.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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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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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금강이 그리웠다. 7박 9일간의 미국취재를 끝마치고 돌아온 다음날(18일), 곧바로 금강으로 향했다. 13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 하고 날아왔더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새벽 댓바람부터 부산을 떨었다. 배낭에 고추장 하나를 구겨 넣고 금강으로 향했다. 

금강에 둥지를 틀었다. 작은 주홍색 1인용 텐트를 강변에 쳤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로 갈아 신고 물속에 들어가 아픈 아이를 살피듯 구석구석을 눈여겨봤다. 아뿔싸! 생명이 태어나고 깨는 화창한 봄에도 금강은 죽어가고 있다.

물고기 사체를 건졌다. 몇 발자국 걸어가 또다시 죽은 물고기를 발견했다. 지난해 물고기떼 죽음이 일어난 장소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남생이 등 파충류의 집단 폐사가 많아졌다는 것. 조심스레 널브러져 있는 남생이 한 마리를 물에서 건졌다. 마지막 숨을 쉬듯 뻐끔거린다. 콘크리트 장벽에 갇힌 금강에선 이렇게 오늘도 생명이 죽어 나간다.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엘와강댐
엘와강댐 올림픽 국립공원

미국은 계산적이었다. 지난 30년간 1100여 개의 댐을 철거한 이유도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였다. 자본주의 나라, 아무런 이익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나라가 댐을 부순 건, 합리적 결과였다. 일주일간의 취재결과를 한 마디로 줄이면, 이렇다.

'댐을 철거하는 게 더 경제적이다.'

수질 오염 개선비용이나 유지관리비, 어도를 설치하는 비용보다 댐을 철거하는 게 돈이 덜 들었다는 게 공통된 특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댐이 지어졌고, 물이 오염됐다."

미국 서북부 포트앤젤레스(Port Angeles)에 사는 마이클 맥헨리(Mike McHenry)씨의 말이다. 댐이 지어지고 물이 오염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변했다. 2만 명의 주민들이 물을 정수해 먹었다. 20세기 미국의 서부 시골 마을에선 흔한 일이 아니었다.


엘와강(Elwha River)이 콘크리트 장벽에 물길이 가로막혔다. 1914년 수력발전용으로 엘와댐이 지어져 강의 하류를 막았고, 1927년 글라인스 캐니언(Glines Canyon)댐이 상류와의 교류를 차단했다. 그 결과, 15km 구간의 강물이 고인 물이 됐다. 맥헨리씨의 말이다.

"댐이 지어지고 퇴적물 때문에 수질이 오염돼 갖은 문제를 일으켰다. 연어가 줄어들면서 원주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게 됐다. 하지만 댐이 철거돼 강물이 흐르면서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가짜삽질에 금강이 녹색강으로 변했다. 미국 엘와강은 댐을 철거하면서 은빛강으로 되돌아왔다.
이명박 가짜삽질에 금강이 녹색강으로 변했다. 미국 엘와강은 댐을 철거하면서 은빛강으로 되돌아왔다. 정대희

"우르르 쾅쾅"

지난 2012년 엘와댐이 허물어졌다. 뒤이어 2014년 클라인스 캐니언 댐이 철거됐다.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댐 해체작업이었다.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지고 물길이 트이면서 연어가 되돌아왔다. 죽음의 강에 생명이 팔딱팔딱 뛰었다. 미국 정부와 지역, 환경단체가 나섰다. 연어를 엘와강 복원의 상징으로 삼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강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 결과 연어의 산란구역이 2012년 400개 지점에서 2014년 1200개 지점으로 훌쩍 상승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미국판 4대강 현장은 끔찍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피캠프(Happy Camp)에서 만난 카룩족(Karuk Tribe) 리프 힐만(Leaf Hilman)씨는 이렇게 말했다.

"클라마스 강(Klamath River)에 1964년 6개의 대형 댐이 차례로 지어지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녹조와 수질 오염이 심각해져 3년 전 가을, 강에서 바다로 향하던 연어들이 전염병에 걸려 70~80%가 죽음을 당했다.

이곳(해피캠프)에 사는 카룩족은 오래전부터 클라마스 강의 풍부한 어족 자원을 바탕으로 살아가던 부족이다. 어족 자원을 위해 5개 부족이 협약을 맺어 본류와 지류의 어장을 관리하고 물물교환을 통해 자급자족 경제를 이뤄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댐이 지어지면서 무너졌다."

댐에 가로막혀 죽음의 강으로 변한 모습이 금강을 닮았다.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힐만씨 눈앞에 금강서 촬영한 털 빠진 너구리 사진을 내놓았다. 금강의 치부였다. 힐만씨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거칠게 내뱉었다. 다만, 그의 눈동자에 서린 안타까움은 알 수 있었다. 묘한 동지애가 샘솟았다. 통역을 맡은 김레베카씨가 힐만씨의 말을 옮겼다.

"여기(클라마스 강)에서도 녹조와 연어 떼죽음이 일어났으나 (댐 소유자) 퍼시픽코프(Pacific Corp, 민간전력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부정했다."

녹조, 독극물 vs. 수질 나아졌다는 뜻

 강변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건강을 잃었다.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너구리가 인기척에 느리게 도망가고 있다.
강변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도 건강을 잃었다. 가죽만 앙상하게 남은 너구리가 인기척에 느리게 도망가고 있다. 김종술

한국과 미국이 녹조와 관련해 귀 기울여야 하는 말이 있다. 일본 국립 신슈대 박호동 교수의 말이다. 그는 녹조 전문가다.

"낙동강 녹조 물 2리터 먹으면,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

지난 2015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 녹조를 조사한 박 교수의 결론이다. 남조류 녹조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란 독성물질을 분비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마이크로시스틴의 기준치는 1ppb(μg/L) 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낙동강 녹조를 조사한 결과 최대 182ppb(μg/L)가 나타났다고 했다. 고도처리 과정을 걸쳐도 1%에 해당하는 1.82ppb(μg/L)의 독성물질이 남게 된다. 아무리 정수 처리해도 먹을 수 없는 물이란 거다. 결국 1300만 명 영남인들은 매일 독극물을 먹고 사는 셈이다.

"녹조가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퇴임 후 청와대 행정관들과 초청모임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면 된다"고 했단다. 녹조 강을 휘젓고 다니다 붉은 반점이 생긴 다리를 보여주고 싶다. 물고기 떼죽음을 취재하다 정신과치료까지 받은 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녹조라떼 한 잔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4대강에서 벌어진 죽음의 이야기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없던 이야기'가 됐다. 그사이 수많은 생명이 지금도 4대강에서 죽어가고 있다. 

난 4대강에 투표한다

금강에서 발견한 '녹조 크라운' 24일 오후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인근 금강에 발생한 녹조에 돌을 던지자 곤죽이 왕관모양을 보이며 튀어 오르고 있다.
금강에서 발견한 '녹조 크라운'24일 오후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인근 금강에 발생한 녹조에 돌을 던지자 곤죽이 왕관모양을 보이며 튀어 오르고 있다. 이희훈

다시 지난 18일 금강. 죽어가는 남생이를 안고 기도했다. 금강을 예전처럼 맑고 깨끗한 강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얀 배를 드러내 놓고 죽은 물고기들에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 몇 마리는 새 생명을 잉태한 몸이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기도는 끊이지 않았다. 금강엔 사체가 널려있다. 붕어, 잉어, 누치, 끄리, 눈불개, 배스, 블루길... 토종, 외래종을 가리지 않고 곳곳이 사체투성이다. 악취도 심하다. 사체 썩은 내가 강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퍼졌다. 하지만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자치단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사체를 감추려 하지도 않고 방치한다. 죽음이 일상화된 4대강의 단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4대강 독립군은 미국이 댐을 철거하고 생태계 복원 과정을 취재했다.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앞으로도 기사를 쏟아낼 계획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4대강의 희망을 전달한다면, 미국의 엘와강처럼 다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강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8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울산 태화강의 수중보를 철거한 뒤 13년째 황어가 돌아왔다는 기사가 떴다. 회귀한 개체 수가 너무 많아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금강 변 텐트에서 이 소식을 들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4대강 사업 전인 2008년 금강이 떠올랐다. 옛 금강이 그립다.

이 기사가 올라가는 날은 촛불 대선 D-8일. 나는 4대강을 미국의 엘와강처럼, 한국의 태화강처럼 되살릴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한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그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정책과 의지를 가진 정당, 이것을 기준으로 4대강에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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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4대강 독립군 #4대강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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