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반값등록금 항의에 끌러나가는 청년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주최로 열린 ‘2030 희망토크-우리 청년이 멘토다’에서 청년들이 안 후보의 반값등록금 유보 입장에 피켓을 들고 항의하자, 경호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끌어내고 있다.
유성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20~30대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반값등록금 공약 후퇴·적폐연대설에 대한 강한 반발을 받았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희망토크, 우리 청년이 멘토다'에 참석한 일부 청년들이 행사 막판 안 후보를 향해 "반값등록금이 시기상조라니 이해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했다", "자유한국당 같은 적폐 세력과도 연대한다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란이 인 것이다.
안 후보는 곧장 "(반값등록금이) 시기상조라는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내가 어떤 적폐세력과 연대했나.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납득하지 못한 듯 주최 측이 나눠준 보드판에 '#적폐 세력 연대, #박근혜 사면, #홍준표 단일화'라고 적으며 항의를 이어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의 청년층 지지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안 후보 측은 이날 행사를 통해 2030세대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당장 일부 청년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색을 표했다. 5년 전 안 후보가 청년들의 멘토로 부상하며 '안풍'을 일으켰던 것과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토크 종료 후 진행된 기념 촬영 시간에도 청년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안 후보 측은 경호원을 동원해 청년들을 행사장 밖으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청년들 사이에 작은 충돌도 빚어졌다. 이후에도 청년들이 '반값등록금 약속하지 않는 후보 누굽니꽈?'라고 쓰인 팻말을 들며 장외 시위를 이어가자 안 후보는 "우리 당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후 특정 정당 소속 당원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냥 행사 알림을 보고 온 대학생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안 후보 지지 청년들과 시위 청년들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행사장 밖에서 안 후보를 지켜보던 한 청년이 시위 청년들에게 "정의당에서 왔냐"고 거듭 묻자 시위 청년들은 "무슨 소리냐. 정의당 제일 싫어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안 후보 지지 청년은 행사가 끝난 후 "일부러 방해 공작하는 거냐"며 판넬을 든 청년들에게 욕설을 하며 자리를 떴다.
대학생 "왜 청년 발언권을 빼앗느냐"자신을 등록금 문제로 휴학 중인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년(여, 22)은 "청년 토크콘서트 한다고 해서 왔는데 왜 청년 발언권을 빼앗느냐, 왜 강제로 내쫓느냐"며 안 후보 측을 비판했다. 반값등록금 관련 안 후보의 답변에 대해서도 "내가 궁금했던 건 실질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느냐는 것이었는데, 답은 안하고 계속 다른 얘기만 되풀이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안 후보는 이날 반값등록금 관련 질문에 대해 '대학의 평생교육 강화 등을 통한 재정 충원'을 전제한 뒤 "그래야만 대학도 재정 부담 많이 벗어날 수 있고, 그 자체로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확보된다고 본다"며 에둘러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2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 대학교육비 토론회에서도 "소외·취약계층 자녀부터 단계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2030세대 청년 20여 명과 함께 한 이날 행사에서 안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 청년수석 신설 ▲입학금 폐지, 국가장학금 개선, 등록금 상한제 도입, 등록금 단계별 감면 ▲임금체불·열정페이 제거, 학자금대출, 주거비 지원 신설 확대 ▲청년임대주택 매년 5만호 공급, 임대보증금 대출이자 일부 지원 등의 청년 정책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아무개씨(남, 26)는 최근 젊은 층에서의 안 후보 지지율 답보 상태를 언급하며 "안 후보가 전에는 네거티브도 하지 않고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전략상 어쩔 수 없는 지는 모르지만 기존 정치세력들 전략을 그대로 펴는 것 같다"며 "TV토론도 그렇고 젊은 세대를 공략할 여러 전략에서 실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