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유세가 펼쳐진 4일 오전 경북 안동 중앙로에서 지적장애인들(사진 내 모자이크 처리)이 인솔자와 함께 홍 후보 유세에 참석하고 있다. 이 지적장애인들이 속한 시설은 자유한국당 안동 선대위에 소속 되어있는 김 아무개씨가 센터장으로 있으며 이들은 유세가 끝난 직후 사전투표장으로 가 투표를 했다.
이희훈
갑자기 끼어든 화물차, 시야에서 사라진 승합차갑자기 택시 앞에 화물차가 차선을 바꿔 끼어들어더니 그대로 멈췄다. 승합차 2대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급히 차를 돌려 나왔지만 이미 승합차의 뒷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팀장에게 "놓쳤다"고 전화로 보고하는데, 뒷목이 뻐근했다. 나중에 팀장은 "그때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고 했다. 기사님에게 "꼭 찾아야 돼요", "혹시 어디로 갔을까요?"라고 채근했지만 택시기사라고 방도가 있을 리 없었다. 무작정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안동 거리를 돌다보니 다시 차분해졌다. "투표하러 간다"고 했으니 일단 주변의 사전투표소부터 하나하나 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전투표소 두 군데를 확인했는데 승합차와 그 일행은 없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 골목을 나오는데 기적처럼 그 승합차가 눈에 들어왔다. 지적장애인들이 나눠 탔던 2대 중 한 대였다. 이 승합차는 한 주택 앞에서 탑승자를 내려준 뒤 출발했다. 탑승자가 들어간 집을 기억해놓고 승합차를 계속 쫓았다. 또 한 사람이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방금 유세 현장에서 본 이들 중 한 명이 확실했다.
지적장애인인 이 센터 이용자들은 '센터에서 누구를 찍으라고 했느냐'고 묻자 "2번" 혹은 "한 칸 밑에"라고 답을 했고, 말을 하기 어려운 경우엔 손가락으로 '2'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 센터 이용자는 자신이 투표한 곳이 안기동 주민센터라고 밝혔다. 일단 그 곳으로 가서 이들이 사전투표 한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승합차·승용차에 장애인 싣고 와서 30명 가량 투표시켜"안기동 사전투표소의 한 투표참관인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했다.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장애인들이 단체로 30여 명이 왔다. 아가씨 같은 사람이 다 같이 데리고 와 각자 신분증을 나눠주고 투표를 시켰다", "처음엔 승합차를 타고 왔고, 뒤엔 승용차로도 싣고 왔다" 고 했다. '아 이곳이 맞구나' 싶었지만 이 참관인이 말한 투표 시각은 '택시 추격전'을 계속 하고 있었던 시각이었고, 인원도 훨씬 많았다. 투표참관인이 약간 착각했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나중에 이어진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주간보호센터가 센터 이용자들을 데리고 가 사전투표를 시킨 곳은 안기동이 아니라 용상동 주민센터였다. 그제서야 그 투표참관인이 말한 투표 시각과 인원 수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취재 중인 주간보호센터의 사전투표 동원은 용상동에서 이뤄졌지만, 그 전에 안기동 주민센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안기동 주민센터 사전투표 동원에 대해선 구체적인 단서가 없어 취재 진행이 불가능했다. 결국 안동시 용상동에서 이뤄진 불법적인 사전투표 동원은 확인이 됐고, 안기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않느냐는 심증으로 이어진다. 안동시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에서 장애인 투표 편의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런 사례는 비단 안동만이 아니었다. 사전투표에 지적장애인을 불법동원했다는 첫 보도가 나간 뒤 경남 김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확인하는 데엔 실패했다. 대구에서도 한 노인복지회관이 5일 20여 명의 노인들에게 사전투표를 위한 교통편을 제공한 정황이 있어 대구시선관위가 조사 중이다.
<관련기사 : 더불어민주당, 대구 노인복지회관 선거법 위반 고발> 선관위 관계자는 "시설관계자, 노인들, 당시 차량 운전자를 조사하고 있다"며 "대표는 어느 정당 소속의 당원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사전투표, 불법선거도 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