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유력' 문재인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선대위 관계자들을 격려한 뒤, 일부 기자들의 요청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소연
'정권교체와 국정안정을 이룰 적임자'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인 5.9 조기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승리한 요인은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정권교체 열망과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은 '준비된 대통령'을 내건 문 당선자를 선택했다. 그가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에도 포기하지 않고 4년 동안 끈질기게 준비해온 덕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기회를 만나 재수에 성공한 셈이다.
[대선 재수생] 4년 벼린 권력의지, 안정적 지지율 확보문 당선자는 18대 대선 이후부터 패배 요인을 차분하게 복기하며 일찌감치 '다음'을 준비해왔다. 2015년 2월 당 대표 선출로 '화려한 복귀'를 알린 그는 당내 분열 사태 속에서도 필리버스터, 총선 승리 등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야권의 유력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문 당선자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에서 20%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야권 1위 자리를 지켰고, 촛불과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30%대로 뛰어올라 차츰 세를 확장해갔다. 박원순·반기문·안희정·황교안·안철수 등 여러 경쟁자들이 나섰지만, 수년간 다져온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당선자가 대선 기간에 확 치고 나가진 못했지만, 지지율이 확 빠진 적도 없었다"라며 "4년 동안 당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아왔기 때문에 반기문·안철수가 치고 올라왔을 때도 문 당선자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준비된 대통령] 원내 제1당 후보로서 국정운영 경험 강조다양한 정책과 구상을 발표하며 안정감을 강조한 전략 역시 '1위 굳히기'에 힘을 보탰다. 문 당선자는 120석에 달하는 민주당의 인적 역량을 기반으로 총 32건의 공약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 도시재생 뉴딜사업 ▲ 미세먼지 ▲ 보육 등의 다양한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시해 '준비된 지도자'라는 신뢰감을 주었다.
문 당선자 본인도 유세를 다닐 때마다 원내 제1당 소속과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하며 "준비된 문재인이 준비된 민주당과 함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겠다", "대통령 될 준비 끝났다. 국정운영 설계도도 완성했다"라고 거듭 밝혀왔다.
특히 이번 대통령은 국정을 연습하는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그의 '준비된 후보'론은 수개월간의 대통령 공백을 종식시키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충분했다.
실제로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4월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의 선결과제를 가장 잘 해결해 나갈 적임자로 문 당선자가 36.3%를 얻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문 당선자가 오랫동안 정권교체의 대안이자 대표선수로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1위를 빼앗기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정권교체와 동시에 국정의 장기 혼란을 조속히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국민들이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남 퍼스트] 대세론으로 '전략적 선택' 유도문 당선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 결속에 공을 들인 점도 승리를 견인했다. 첫 번째가 '호남 퍼스트' 전략이었다. 야권의 본산인 호남에서 표심의 결속을 이루지 못하면 '문재인 대세론'이 전국적으로 힘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본격적인 당내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자마자 지지율 1위 성적표를 들고 호남을 찾아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 유권자들이 대선 때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더해 부인 김정숙씨의 '호남 특보' 활동과 호남 출신 인사들의 캠프 대거 합류로 지역 민심 얻기에 주력한 결과, 민주당의 첫 순회경선지인 호남 경선에서 60.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이 순풍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확장됐다.
개표 결과에서도 문 당선자는 전북과 전남, 광주에서 경쟁상대인 안 후보를 약 2배의 격차로 누르고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은 문 당선자에게 몰표를 주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내부 결속] 안희정·이재명 끌어안으며 경선후유증 최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