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방사선 작업종사자 피폭선량과 원자로 수 추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력회사 정규직 노동자'는 피폭량이 매우 적어서 '안전'하겠지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피폭량이 어마어마합니다.
무명인
1978∼1979년에 '간사이전력 미하마 핵발전소'와 '도쿄전력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일본원자력발전 쓰루가 핵발전소'에서 일한 일본사람은 지치고 다치며 괴로운 몸을 더 버티지 못하고 일고여덟 달 만에 피폭 하청 노동자 노릇을 그만둡니다.
이러고서 이때 겪은 일을 갈무리해서 책으로 엮습니다. 글쓴이는 일고여덟 달을 일했을 뿐이지만, 이곳에서 열 해나 스무 해를 일한 피폭 하청 노동자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소 피폭 하청 노동자로 일한 사람 숫자는 수십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폭 하청 노동자로 일했을까요? 이러한 통계나 자료는 있을까요? '정검·계획예방정비'를 할 때뿐 아니라 여느 때에 발전소 시설을 살피거나 건사하며 피폭자가 되는 노동자한테 이 나라는 무엇을 해 주었을까요?
원자력발전소는 처음 지을 적부터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 뿐 아니라, 이 발전소를 돌릴 적에도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목숨이 다한 뒤에 방사능을 줄이는 데에도 돈이나 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더욱이 한 번 발전소가 선 마을은 다시 깨끗하거나 아름다운 고장으로 되자면 얼마나 긴 나날이 걸려야 할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맞은 방사선량조차 들을 수 없으며, 다시 말해 그런 피폭데이터들을 모두 원전 추진세력들만 손에 쥐고 있는 셈입니다. (283쪽)
핵발전소에서 일한 이들 중 몇 사람은 그곳에서 일했다는 것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노동이 필요한 사회를 만든 것은 우리 책임이다. 그런데 핵산업만 없애면 되는가? 차별구조가 계속되는 한 다른 산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305쪽)새롭게 대통령 자리에 서서 나라를 이끌 분은 원자력발전소(또는 핵발전소)를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바로 이 원전을 모두 멈출 만한 슬기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자력발전소에 들이붓는 어마어마한 돈을 이제 멈추고, 이 어마어마한 돈을 집집마다 '깨끗한 자가발전'을 할 수 있는 길로 돌릴 만한 슬기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외딴 시골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정책은 하루 빨리 멈추어야 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깨끗하거나 안전하다면 서울이나 부산 시내 한복판에 세워야 할 노릇입니다.
이 발전소가 안 깨끗하고 안 안전하기에 사람이 아주 적게 사는 외딴 시골에 지어요. 더욱이 바다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원전 집시>라는 책에서 '도쿄전력' 직원 입을 빌려서 밝히기도 하는데 '눈에 안 보이는 연기'로 내보내는 방사능도 있다(85쪽)고 해요.
지금까지 일련의 열교 작업 경험을 통해 나는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원전 설계엔 정기점검(청소) 작업이 고려되었는가?'라는 것이다. (63쪽)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원전 자체를 움직이는 데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해야 할까.' (200쪽)외딴 시골에 커다랗게 발전소를 짓기에, 도시까지 무시무시한 송전탑을 수없이 때려박습니다. 고장마다 전기를 자급하도록 하는 정책이 서지 않으니, 집집마다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를 쓰도록 하는 정책을 세우지 않으니, 전기는 마치 권력처럼 됩니다. 대형발전소는 송전탑으로 이어지고, 대형발전소와 송전탑은 '발전소 설계수명'을 마치면 모두 '시멘트 쓰레기 + 방사능 쓰레기'가 됩니다.
발전소를 짓고, 발전소를 돌리고, 발전소를 청소하고, 송전탑을 짓고, 발전소 터와 송전탑 터를 강제수용하며 마을사람을 괴롭히고, 나중에는 엄청난 쓰레기가 생기고, 이러면서 돈은 돈대로 엄청나게 쓰는 이러한 전기(에너지) 정책은 나라살림에 하나도 이바지를 못 하리라 느낍니다. 발전소 일자리라든지 피폭 하청 청소 노동자 일자리는 안 마련해도 됩니다. 일자리를 늘리려 하지 말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넉넉한 살림이 피어나는 마을살림을 이루도록 마음을 쏟아야지 싶습니다.
더욱이 피폭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바꾸어 준다 한들 말썽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원전에서 뽑아내는 전기에 기대지 않는 정책을 하루 빨리 세워야지 싶어요. 피폭자를 끝없이 쏟아내는 우악스러운 '일자리 얼거리'도 하루 빨리 끝내야지 싶습니다. '탄핵 다음에 탈핵'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원전 집시 -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
호리에 구니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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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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