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산진달래가 곱게 핀 무룡산 자락
임재만
지난 7일 덕유산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향했다. 곤돌라 문틈으로 들어오는 산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앞서가는 곤돌라가 좌우로 흔들리며 불안하게 올라간다. 긴장한 탓에 산 풍경을 마음 놓고 바라볼 수가 없다.
설천봉에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산바람이 세게 불어와 맞아준다. 설천봉에서 물 한 병을 사들고 향적봉으로 향했다. 향적봉은 덕유산 최고봉이지만 곤돌라를 이용해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새잎이 막 돋은 참나무과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도 나타나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설천봉에서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20여분 만에 향적봉에 올랐다. 정상에는 작은 나무 하나가 없다. 모두 바위로 덮여 있다. 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툭 터진 산 풍경이 참 시원스럽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은 바람을 타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래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어머니 품처럼 너그럽고 편안한 풍광이다.
향적봉(1614m))은 덕유산 최고봉으로 백 미터 아래쯤에 대피소가 있다. 대피소는 바람도 자고, 초원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바람 부는 날엔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지리산 반야봉까지 볼 수 있어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대피소에서 신발 끈을 고쳐 메고 중봉으로 향했다. 중봉과 무룡산을 거쳐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걷기 위함이다. 향적봉에서 남덕유산 까지는 16km 남짓으로 1300m에서 1600m 사이를 오르내리는 아고산대 지역의 능선길이다.
중봉은 사계절 바람도 많고 기온도 서늘하여 자라는 나무가 거의 없다. 키 작은 진달래만이 군데군데 곱게 피어 있다. 분홍색이 얼마나 진하고 예쁜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중봉 아래로 펼쳐진 덕유평전은 어떤가? 바라만 보아도 소녀처럼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치 하이디가 살고 있는 알프스 산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한참을 앉아서 진달래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극한의 조건을 이겨내고 피워 낸 꽃이어서 색이 더 아름답다.
진달래와 야생화가 유혹하는 덕유평전으로 내려간다. 길에는 진달래가 피어있을 뿐 나무하나 없다. 넓은 구릉이다. 길에서 만나는 희고 노란 야생화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천국을 걷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