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백지 인수인계', 노무현 정부는 어땠나

노무현 정부는 매뉴얼 552개, 백서 77권 넘겼지만 MB 정부는 불만

등록 2017.05.16 21:26수정 2017.05.1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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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민정·홍보·인사 등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발표에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민정·홍보·인사 등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발표에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컴퓨터가 텅 비어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째가 되는 16일, 청와대 측은 기자들에게 전 정부의 인수인계 자료가 사실상 '백지'라고 밝혔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정 현안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를 넘겨받지 못하면서 업무 파악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임 정부에서 인계받은 자료가 부실하다는 의혹에 "각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하드디스크 상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라며 "하드디스크 자체는 포맷돼야 하기에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인수인계가 없어 전임 정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소통수석비서관실(전 홍보수석비서관실)의 경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역할, 대변인의 역할과 같은 내용이 정리된 A4 용지 7,8장 분량의 문서가 전부"라며 "별도로 마련된 인수인계시스템에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니까 (전 정부 청와대가) 인수인계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인계한 것이라고는 고작 10쪽짜리 현황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내역이 전부"라며 "통상 전임 정부는 차기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기초자료를 인계하는데 박근혜정부가 넘긴 것은 사실상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수인계, 부처는 괜찮을까?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인 9일 청와대 본관 앞에 게양된 태극기 옆의 깃봉이 비어 있다. 이 깃봉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게양되는데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 봉황기가 내려졌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청와대에 입성하며 봉황기가 게양된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인 9일 청와대 본관 앞에 게양된 태극기 옆의 깃봉이 비어 있다. 이 깃봉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게양되는데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 봉황기가 내려졌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청와대에 입성하며 봉황기가 게양된다.연합뉴스

이러한 청와대의 부실한 인수인계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 특히 이번과 같이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노무현-이명박 정부 교체 시기에도 인수인계를 놓고 양측은 극심한 갈등을 벌였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의 인사검증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과 청와대 전자문서 결제시스템인 'e-지원'의 사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의 갈등은 노무현 정부가 상당한 양의 업무메뉴얼과 정책자료 등을 남겼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업무 매뉴얼 552개, 정책백서 77권, 보고서·지시사항·일정일지 5만6970건을 새 정부 청와대에 넘겼다. 적어도 지금처럼 '백지 인수인계'는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양측의 갈등은 인계하는 쪽과 인수받는 쪽의 기대치 차이 정도였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백지 인수인계'가 청와대뿐 아니라 각 정부부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 부처 역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말기와 박근혜 정부 초기에 청와대 관련 외교문건이 다수 파기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어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조국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 기무사, 검찰, 경찰 등 주요 공안기관들에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문서 파기 및 삭제, 유출을 금하도록 지시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 조 수석은 이들 기관에 "종이·전자 문서에 대한 무단 파쇄나 유출, 삭제를 금지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3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MB정부 말 외교문서가 대량으로 집중 파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외교부 비밀문서의 '보호기간만료'는 단 한 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만2446건의 문서가 파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외교부는 "파기한 문건은 사본"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역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재인 #청와대 #인수인계 #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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