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낙동강은 '녹조라떼'지난 2012년 8월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현풍면 낙동강 달성보 하류지역에서 광범위한 녹조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중부내륙낙동대교 아래에서 채취한 녹조가 마치 '녹차라떼'와 같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권우성
이 주장대로라면 낙동강 물은 바로 들어가서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는가? 이 물은 그냥 마시면 죽는 물이 되었다. 녹조가 창궐하고 강에서 썩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어민들은 실업상태에 빠져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이런 물을 먹고 가축과 물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록이 많고 브라질과 중국에서는 사람도 죽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4대강에서 창궐하는 녹조는 남조류에 의한 것인데 이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을 분비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생체실험결과를 토대로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1ppb (무게 비 10억 분의 1) 이하로 정했는데 물고기들은 이의 1/10 수준에서도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2015년 8월에 4대강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준치의 수백 배에 이르러 금강(고마나루)에서 310ppb, 낙동강(달성)에서 434ppb, 영산강(영산)에서 196ppb가 나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세포를 파괴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고 암 발생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소는 수중의 모든 생물들이 섭취하고 이 물로 농사를 지으면 농작물에도 축적된다. 미량이라도 장기적으로 먹으면 만성 피해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는 이런 남조류 녹조가 번성한 물은 아예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리고, 물고기도 잡지 못하게 한다.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한다.
미국과 한국의 '녹조대책', 너무 달랐다
▲금빛 모래강이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강으로 변했다.(위) 반면, 미국 엘와강은 지난 2011년과 2014년 댐을 철거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있다.
정대희
미국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는 5대호의 하나인 이리 호에서 취수하는데, 최근 취수원 인근에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는 즉각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양치질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목욕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식당들은 영업을 정지시켰다. 그리고 생수를 공급했다. 그런데 이리호 녹조는 우리 4대강의 녹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리호 만큼 깨끗한 호수가 없을 것이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지난 정부는 기어이 고집을 부리고 약품을 뿌렸다. 배가 녹조물을 휘젓고, 공기 주입장치를 다는 등의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남조류는 죽으면서 세포 안에 있던 이 독소가 터져 나오기 때문에 녹조를 가라앉히기 위해 황토나 약품을 뿌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라앉은 녹조가 죽으면서 독을 토해낸다. 배가 휘젓고 다녀 일시적으로 녹조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해결된 것도 아니다. 반감기가 두 달 내지 석 달이기에 독소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녹조는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뿐이다. 결국 최근에는 펄스 방류, 즉, 물을 일시적으로 싹 뺐다가 다시 도로 가두는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펄스 방류 때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염원이 떠올라 오히려 물은 더러워졌다.
수문만 열면 된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이 공동기획한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015년 8월 26일 오후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예천군 삼각주막 하류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해서 탐사취재팀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권우성
이 녹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녹조는 고인 잔잔한 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 흘러서 교란이 일어나는 물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한강 신곡 수중보 상류에 번성하던 녹조가 잠실 상류로까지 번졌지만 신곡수중보 아래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씻은 듯이 사라진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한다면 4대강에 댐들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또 댐들은 물의 흐름을 심각하게 왜곡하기 때문에 헐어야 한다. 그리고 4대강 강변 농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도로 강에 넣어야 한다. 이 모래는 강의 물을 정화하고 물고기들의 산란지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으로 가뭄을 해결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연이어 큰 가뭄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4대강에 가득 모아둔 물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가뭄이 드는 지역은 4대강 사업 구간과 멀리 떨어진 산골지역과 해안도서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이런 지역에 물을 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지역들은 대개 광역상수도도 보급하기 어려운데, 50년이나 10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을 대비하여 농업용수를 보낼 시설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시설은 만들어 봤자 50년이나 100년 동안 쓸 일이 없기에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다. 가뭄 대책은 10년에 한 번 오는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명박의 홍수, 가뭄 대책은 거짓말
▲낙동강 녹조라떼와 큰빗이끼벌레로 4대강 비판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금강요정 금종술과 낙동강지킴이 낙수근.
정수근
그리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도 진실이 아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서 홍수지역의 상류에 댐을 짓는 것은 흔히 하는 방법이지만, 4대강 사업에서처럼 하류에다 댐을 지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 법은 없다.
낙동강에는 10개가 넘는 댐이 줄줄이 들어섰는데, 홍수가 날 때에는 각각의 댐을 맘대로 열고 물을 뺄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댐이 갑자기 큰물을 빼서 바로 아래의 댐이 넘쳐 무너지면 그 아래의 모든 댐들이 줄줄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어느 구간에 큰 폭우가 쏟아진다면, 그 상류의 댐은 수문을 열어서는 안 되고 하류의 댐들이 수문을 열어야 한다. 가장 하류의 댐부터 차근차근 상류로 올라오면서 수문을 조작해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댐을 연계하여 운영해야 한다. 10개가 넘는 댐을 그때 그때의 강우 상황을 고려하여 연계하여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정교한 기법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두고 공사했기 때문에 수문 하나가 선박이 다닐 정도로 큰 폭이다. 수문 하나의 무게가 수백 톤에 이른다(구미댐의 수문 무게는 670톤에 이른다). 이런 크기의 수문을 열고 닫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서 작동이 안 된 사례들도 보도됐다. 즉, 수문관리 실패나 실수로 인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큰 홍수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수위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미 주변의 농지들이 범람하고 침수 피해를 입어 농민들이 소송을 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천들은 펌프로 물을 올려 본류로 배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명박 정부가 '댐'을 '보'라고 부른 까닭
▲'4대강 사업저지 및 생명의 강 살리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일 중장비로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는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항공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010년 4월 11일과 18일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일대의 금은모래강변, 도리섬, 세종대교, 여주보, 이포대교, 이호대교 주변 등 공사현장을 담고 있다.
4대강 사업저지 및 생명의 강 살리기 범국민
4대강 본류에 지은 16개의 댐을 정부는 '보'라고 부르나 국제 대형댐 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대형댐'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굳이 '보'라고 우기는 이유는 보와 댐의 설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농업용 저수지에 해당하는 보는 적당히 세워도 된다. 하지만 댐은 물을 안전하게 담아둘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저수지역의 지표지질조사를 해야 한다. 또 댐구조물이 들어설 자리에 댐을 안전하게 앉힐 수 있는 암반이 있는지 정밀 지반조사를 해야 한다.
4대강에 들어선 댐들은 '한반도 대운하'의 수위 6미터를 맞추기 위해서 댐 위치를 잡았을 뿐이고 댐 설계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댐은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야 하고 옆구리도 암벽에 걸쳐야 한다. 그러나 4대강 댐들은 모래 위에 지었고 흙더미에 옆구리를 걸쳐 놓았다. 지금껏 내내 댐의 물이 새고 바닥이 파이고 댐 구조물이 파손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런 댐들은 언젠가는 터진다. 터져서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허물어야 한다.
4대강을 지금처럼 유지관리하는 것 보다는 댐을 허무는 비용이 훨씬 싸다. 댐과 자전거 도로를 비롯한 각종 시설을 유지관리하자면 매년 5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계속 쌓이는 퇴적물을 준설하자면 조 원 단위의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16개의 댐을 모두 허무는 데에는 2016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모래도 농지에 기약 없이 쌓아두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강에 도로 넣는 것이 농지도 살리고 강을 살리는 길이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라는 것은 또다시 거창한 토목 공사를 벌이라는 것이 아니다. 강은 인공적인 장애물만 걷어내면 스스로 자기 갈 길을 찾아 간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공사는 최소한으로 하며, 유지관리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댐을 허문다
▲엘와댐 폭파장면
올림픽 국립공원
미국은 '깨끗한 물법'으로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 사업은 근본적으로 못하게 규정해 놓았다. EU는 '물관리기본지침'을 제정하여 인공적인 하천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매년 50개 가량의 댐을 허물어 지금까지 1200개가 넘는 댐을 해체했고 3만7000여 개의 강을 재자연화 하였으며 유럽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재난을 막고 강이 살아나며 유지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4대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댐을 허물고 재자연화하는 것이 답이다.
이명박 정부는 하수처리장 설치로 강 오염을 95% 더 줄였다고 주장한다. 흐르는 물에 하수종말 처리장을 설치하면, 이 효과가 즉각 나타난다. 이를 증명하는게 중량천과 안양천이다. 하지만 흐르지 않는 물에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한 효과가 없다. 호수가 된 4대강에서는 큰 비가 땅 바닥의 온갖 오염물을 쓸어와 호수 바닥에 모아놓기 때문에 하수처리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4대강을 흐르게 하면 수질은 이전보다 훨씬 더 깨끗해 질 것이다. 그러면 4대강 주민들은 강물을 그대로 식수원으로 쓸수 있기 때문에 부산 사람들을 위해 지리산에 댐을 다시 지을 필요가 없다. 영산강도 다시 식수원이 될 수 있다.
'치수'의 상책은 강을 그대로 두는 것
▲아이들은 물고기마냥 헤엄치고, 고라니마냥 달렸습니다.
정수근
옛날에 순(舜)임금이 곤(鮌)에게 치수(治水)를 맡겼더니 온갖 인위적인 토목공사를 다 벌였는데 오히려 물난리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그래서 우(禹)에게 치수를 맡겼더니 물을 순리대로 흐르도록 만들어 잘 다스렸다고 한다. 곤은 사형을 당해 죽고 우는 임금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런 오랜 격언이 전한다. '치수를 하는데 있어서 물길을 바꾸는 것은 하책이고, 둑을 쌓는 것은 중책이고, 그대로 두는 것이 상책이다.' 최근에 들어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강들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고 있다. 강물은 하늘이 사람과 만물에 생명을 주려고 내린 것인데 이를 죽음의 물로 만든 이명박 정부는 하늘에 큰 죄를 저질렀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 온 땅에 생명의 물이 흐르는 나라로 되돌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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