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왜 민간에 맡겨야 하는가?

등록 2017.05.21 11:23수정 2017.05.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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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고용불안과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일자리 창출'을 정책 1순위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위 '일자리 추경' 편성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문재인 정부는 고용문제를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경제 제1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 문제 역시 최선의 해결책은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것이며, 최선의 가계소득 대책은 일자리 대책과 공정한 임금 정책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창출 운운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일자리 추경'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일자리를 만드는 1차적인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정부가 민간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제반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과 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간에 갑을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고, 대기업들이 독과점의 횡포를 저지르는 것을 막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훔치는 것을 막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여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돕는 등에 있어서 정부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왜 정부가 이에 머물러야 하는가?

선진국인 싱가포르, 독일 등에는 공적기업들이 많고 (지방)정부와 민간주주들이 공동소유한 기업들도 많다. 이러한 공적 기업들 혹은 (지방)정부가 지분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기업들이 100% 민간소유의 기업들 못지 않게 훌륭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포스코(POSCO) 역시, 지금은 민영화되었지만, 한때 공적 기업으로서 훌륭한 성과를 보였고, 아직까지도 공적기업인 인천공항 역시 잘 운영되고 있다(인천공항에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높다는 점은 옥의 티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공적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면 왜 안되는가? 중요한 것은 100% 민간 소유이냐 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경영이 시장원칙과 '관련 당사자들'(종업원,부품업체,소비자,지역사회,환경,국가,투자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0% 민간기업들 역시 수 없이 실패한다. 정부 주도에 의해 운영되는 우리나라 공적의료보험제도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반면, 민간 주도에 의해 운영되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높다). 그 나마 미국 정부가 상당 부분 주도하는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정도가 조금 나은 정도(한국이나 유럽의 의료보험제도에 비해서는 여전히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이다.


이것 말고도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정말 많다. 이를테면 노인들이나 재활환자 등을 돌보는 저렴한 공적 요양서비스 확충,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한 공공의료원 확충,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공공 탁아소 및 공공 유치원 확충,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국립대학 공과대학(생화학,생명공학 포함) 확충, 기초기반기술 연구를 위한 각종 연구소 설립(직접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고, 대학교/중소기업 등과 협력하여 설립하는 것도 가능), 향후 4차혁명이 본격화될 경우 대대적으로 발생할 마찰적 실업자들을 위해 재취업을 용이하게 해주는 재교육센터 확충, 더불어 사는 공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경제정책연구소 설립 등이 그것이다.

2016년 PPP(구매력평가환율) 기준 1인당 GDP 세계 3위의 선진국인 싱가포르 정부는 여전히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정부의 그러한 역할이 싱가포르를 세계 3위의 선진국으로 올려놓은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터, 자율주행차, 드론 등이 점차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에는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점점 더 가속도가 붙으며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운 좋게 일자리를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인공지능/로봇/실업자 등과의 경쟁으로 인해 상당한 임금삭감을 강요당할 것이다.

결국 실업자들은 넘쳐나고, 임금은 삭감되고, 중산층은 붕괴되는 반면, 승자독식 현상으로 인해 상위 1%(어쩌면 상위 0.1%만)는 더욱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다. 극단적인 빈익빈 부익부와 중산층 붕괴로 인해 사회의 유효수요는 고갈되고, 경제는 공황을 거쳐 극심한 장기침체로 접어들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과정에 정부가 수수방관할 경우 발생하게 될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마틴 포드는 그의 저서, '로봇의 부상(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위협'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고용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지고, 중산층이 붕괴되면 교육 역시 무너진다. 경제가 무너지고 교육이 무너지면 결국 나라가 무너진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어 실업대란과 중산층 붕괴가 현실화 된 이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 늦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작금의 청년들의 취업난을 완화하고 향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민간부문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들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현 시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민간부문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폐기해야 할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ommetbh/220996032562)에 게재한 내용에서 약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일자리창출 #일자리추경 #4차산업혁명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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