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경남네트워크는 30일 오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제2의 옥시를 막기 위해' 전국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옥시 완전 퇴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법 제정에 힘을 모으자"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피해자 안은주(왼쪽)씨가 참석했다.
윤성효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최근 언론에서 별로 다루지 않자 안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국가가 이 사건을 소홀히 다루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분명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 기록될 전무후무한 성격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 사건의 발생과 진상 규명, 피해 배상과 피해 판정 과정에서 국가가 보여준, 너무나 안이한 자세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가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겠느냐는 것이다. 나라답지 않은 나라를 줄곧 보아왔고 공무원들은 딴 나라에 사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첫 제품이 나왔다. ㈜유공(지금의 에스케이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란 이름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며 팔기 시작했다. 1995년 첫 피해자가 나왔다. 2006년부터는 피해자와 사망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정부 당국이 알아차린 시점은 2011년 5월이 되어서고 그 원인을 알아낸 때는 그해 8월이었다.
현재 5천 명이 넘는 우리 이웃들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고 정부에 신고했다. 사망자 신고자만 1천 명이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실제로 피해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정부의 모르쇠와 굼뜬 조처로 사건 발생 6년이 지나도록 전체의 20% 정도에 머물 정도로 소수에 그치고 있다. 실제 가습기살균제 노출자는 수백만 명에 이르고 피해자 또한 수만 내지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등 제품을 제조·판매한 가해 민간 기업에게서 보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영세기업은 사건 직후 부도로 폐업해 피해자들이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수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사건의 전말에 대해 상당 부분 알게 됐다.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도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피해 판정은 아직도 중증 폐질환에 대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호흡기질환과 기타 질환에 대해서는 언제 어떻게 할지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은 판정 대상 질환과 판정 기준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문가 의견 존중'을 핑계로 합의된 결과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하세월이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해결이 시급하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지금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루빨리 팔을 걷어붙이고 완전히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이들이 연일 광화문에서,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기자회견을 하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요구 사항을 낭독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세먼지나 4대강 등 다른 현안에 밀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뒷방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그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해결해야 할 숙제들 산적해 있어